[이만수 칼럼] 베트남 야구 섬김이 박효철 감독의 헌신 덕택에…

박효철 감독(왼쪽)과 이만수 감독

베트남야구협회 쩐득판 회장과 하일 사무총장, 그리고 임원들이 박효철 감독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알게 됐다. 박효철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며 묵묵히 베트남 선수들을 지도하고 그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박효철 감독(오른쪽)과 이만수 감독(왼쪽), 쩐득판 베트남야구협회장(가운데)

베트남야구협회와 베트남 야구선수들이 박효철 감독의 성실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베트남 학생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들은 자기들보다 열심히 베트남 선수들을 지도하고 사랑하는 것에 탄복했다며 입이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고 있다.

박효철 감독은 지난 2년간 선수들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찍 운동장에 나와 그날 훈련할 모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야구장이 없기 때문에 축구장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부상당하면 마땅히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어떡해서라도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도록 박효철 감독이 그라운드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박효철 감독의 이런 자세와 모습이 베트남에서 처음 접해보는 어린선수들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박효철 감독의 모습을 따라하는 선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야간훈련-야간훈련이라고 하기에는 불빛이 너무 어두워 캐치볼이나 타격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은 오후 6시부터 시작해서 밤 9시에 모든 연습이 끝난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 시간에 훈련이 끝난 적이 없었다. 야구를 처음 접해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박효철 감독은 부족한 선수들이 있으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에 밤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훈련이 끝날 때가 많다. 거기다가 모든 훈련을 다 끝내고 박효철 감독 혼자서 그날 훈련했던 도구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 30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라오스대회 마지막날인 2023년 2월 26일 아침, 작전을 논의하고 있는 박효철 감독(오른쪽)과 이장형 단장(왼쪽). 가운데는 베트남 국가대표 선수

모든 훈련을 다 끝내고, 차도 없이 녹초 된 몸으로 홀로 먼 거리를 걸어갈 때가 많다. 때론 선수들이 오토바이로 태워줄 때도 있지만 주로 혼자서 운동삼아 집까지 걸어간다.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고 샤워하다 보면 밤 12시.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는데도 박효철 감독은 유니폼만 입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험난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늘 즐겁게 야구하려고 노력하는 박효철 감독을 보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많은 후배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열정이 없었더라면 베트남까지 와 야구를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종목은 단연 축구이지만 남여 학생 할 것없이 야구의 매력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이 생각 외로 많은 편이다. 베트남도 라오스처럼 모계사회다 보니 여자선수들이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남자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의외로 많다.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모든것이 다 열악하고 환경이 좋지 않은 베트남에서 어린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가르치는 것을 보며 옛날 라오스에서 처음 선수들을 가르쳤던 것들이 오버랩 되면서 나의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지금까지 혼자서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고 행정까지 했다면 이제는 박효철 감독으로 인해 행정에만 신경쓰면 될 것 같다. 물론 현장에 나갈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박효철 감독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고, 또 그와 함께 운동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박효철 감독과 함께 베트남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이제 나도 모든 것을 다 박효철 감독한테 일임하고 뒤에서 박효철 감독을 도와주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성실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인해 머지 않아 베트남 야구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할 날도 멀지 않았음을 곧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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