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봉와직염·통풍·대상포진까지···”3루 돌았으니 잠깐 쉬고 홈까지 달리련다”

이만수 감독


“당신 자신의 회복을 인생 최우선으로 삼으세요”

야구로 인해 최고의 대우를 받았고, 또 최고의 시설 그리고 좋은 음식들은 다 먹었다. 어디를 가나 풍성할 정도로 대접 받았고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한국야구에서 물러나 인도차이나반도의 야구는 말도 통하지 않을 뿐더러 이들의 음식과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시절 대구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나마 동남아 날씨에 조금 적응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40도 넘는 날씨를 견디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리고 휴식다운 휴식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아내에게 가장 미안했다.

그렇게 살아오니 몸에서 이상이 생기고 있다.
1. 댕기열
2. 오른쪽 어깨 끊어짐
3. 봉와직염
4. 통풍
5. 대상포진

동남아에 갈 때는 통풍약을 한보따리씩 갖고 내려가야 했다. 국내에서 통풍이 오면 얼마든지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을 수 있지만 동남아에선 아파도 제대로 병원에도 갈 수 없다.

난생 처음 내려간 라오스에서의 댕기열은 솔직히 나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다. 몇달간 37.5도 미열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통풍 못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이 봉와직염이었다.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왼쪽 발목이 장단지 굴기보다 더 부풀어 올라 걷기도 힘들고 너무 고통스러워 보름 동안 진통제와 소염제를 밥먹듯 해도 오한으로 인해 밤새도록 홀로 싸워야 했다.

심신이 지쳐 올해만큼은 온전히 안식년을 갖는 해로 정했지만 유난히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것도 나로서는 가장 힘들고 견딜 수 없던 일인 사람과의 관계였다. 사람 관계에서의 상처는 좀처럼 씻어지지 않고 오히려 나를 더 힘들고 지치게 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정말 나의 모든 것을 다 받쳐 열심히 달려왔지만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마음의 상처는 골이 깊어 도무지 예전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이런 일들로 인해 야구를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하고 노후를 가족들과 조용하게 보내야 할지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

50년 넘게 야구 한길로 달려온 나에게 육체적으로 운동하는 것보다 더 지치고 힘들게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밤잠을 설치며 스트레스와의 싸움으로 이번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내 삶 부족한 것 많아도 체력과 건강은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0년만에 고갈되고 말았다. 스트레스가 나를 넘어지게 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나를 꼼짝 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몇날 며칠 고통과 싸우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가 들어가면 내몸도 고요해진다. ‘그래, 힘든일도 많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물리적 나이로도 이제 3루 돌았으니 잠깐 숨만 좀 쉬고 이들과 홈으로 뛰어야겠다.

하얀 병실의 이 적막함 속에서 오늘도 인생을 하나하나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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