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①] 국민 20% 평생 한번 이상 감염···2018년 환자 72만명 4년새 12% 증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낮과 밤의 기온이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가 되면 우리 몸은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리기 쉽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리기 쉬운 질병 중에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이 있다. 대상포진은 몸에 “띠 모양으로 포진(疱疹)이 생긴다” 하여 ‘대상포진’이라고 부른다.
대상포진(herpes zoster)이란 우리 몸 피부의 한 곳에 심한 통증과 함께 발진과 수포들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은 세계 인구의 약 20%가 일생 중 한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가 2014년 약 64만명에서 2018년에는 약 72만명으로 늘어나면서 5년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은 50대 이상의 고령인 사람들이 발병률이 높으며,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30-40대 젊은층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추세이다. 대상포진은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장기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병한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는 어릴 때 수두(水痘, chickenpox, varicella)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수두가 치료된 후에도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속 신경절(神經節, ganglion, nerve knot)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내려와 발생하는 수포성(水疱性) 피부질환이다.
대상포진 병변(病變)은 가슴, 몸통, 엉덩이, 얼굴, 팔, 다리의 한쪽으로만 나타난다. 작은 물집이 무리를 져서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증상은 아프거나 따끔거린다. 1-3일 지속된 후 붉은 발진이 생기고 몸에 열(熱)이나 두통(頭痛), 전신 권태감 등 증세가 나타난다. 수포(水疱) 주위는 일반적으로 붉게 되지만 확대·융합하여 넓게 퍼지는 경우도 있다.
물집 내용물은 처음에는 투명하지만 나중에 탁해질 수도 있다. 수포는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로 변한다. 그러나 수포가 접촉으로 인하여 물집이 터지면 궤양(潰瘍)이 생길 수 있다. 수포가 생긴 부위에 심한 통증이 동반되며, 보통 2주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생기면서 호전된다.
발진 부위에 신경통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개미가 기어가는 느낌과 같은 이상감각(異狀感覺), 지각둔마(知覺鈍痲), 가려움, 운동마비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이 안면부의 신경절에 침범하면 한쪽 얼굴이 쳐질 수 있고, 방광쪽의 신경절에 침범하면 배뇨(排尿) 곤란이 올 수 있다. 신경통은 발진이 나타나기 전부터 생겨서 발진이 있는 동안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치료 후에도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피부로 나오기 때문에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남아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환자의 약 10%에서는 피부병변이 완전히 호전된 이후에도 대상포진이 발병했던 피부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 생긴다. 이들 환자들은 마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고통을 호소한다. 노인에서 심한 통증이 더 흔히 발생하며, 통증은 온도에 매우 민감해지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병적인 증상은 피부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있는 경우에는 전신에 퍼져서 사망(死亡)에 이를 수도 있다. 대상포진이 눈 주변에 생기는 경우 각막염, 홍채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귀에 발생하면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입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온몸에 물집 모양의 발진이 함께 나타낼 때 악성림프종이나 패혈증(敗血症) 등이 병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진단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이 매우 특징적으로 관찰되므로 임상적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즉, 수포가 신경을 따라 무리를 지어 발진-수포-농포-가피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면역억제 환자에서는 피부의 병적인 변화가 특징적이지 않을 수 있고, 또한 정상인에서도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현미경적 검사, 바이러스 배양, 분자유전자 검사 등을 실시한다. 검사는 피부의 수포를 면봉으로 긁어서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된 특징적인 인체세포 모양이 관찰되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고, 수포액을 세포 배양하여 바이러스를 검출하여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