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경도인지장애①] 건망증과 어떻게 다른가?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의 2016년 전국 치매 역학조사(疫學調査, epidemiological survey)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22.6%가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노인은 1년에 1% 정도 치매가 발생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치매 발생 빈도는 8-10% 정도로 정상인보다 10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수 추이는 △2016년 65만8225명 △2017년 70만3968명 △2018년 74만8946명 △2019년 79만1229명 △2020년 83만6833명 △2021년 87만6096명 △2025년 108만3977명 △2030년 136만7651명 △2040년 217만6558명 △2050년 302만6593명 등으로 나타났다.

초로기(初老期) 치매란 65세 미만 젊은 나이에 앓는 치매로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1만8622명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4%다. 초로기 치매 환자 상당수가 이른 나이에 직장을 잃기 쉽지만, 잘 훈련하고 주위에서 도와주면 몇 년은 더 일할 수 있다. 이에 치매환자는 일방적으로 ‘부양받는 존재’가 아니라 ‘어울려 살아가는 동료’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자료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12년 6만2919명에서 2017년 18만5967명으로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經度認知障碍, 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인간의 노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저하되는 객관적인 인지 기능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활동영역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단순한 건망증(健忘症)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癡呆)에 비하면 판단력과 지각, 추리능력, 일상생활능력 등이 대부분 정상이지만, 건망증에 비해서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만약 기억력 저하와 함께 아래 징후들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경희대 강동한방병원에 따른 ‘경도인지장애환자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은행 송금액과 현관 비밀번호 등 숫자와 관련된 일에 전에 없던 실수를 한다 △바둑·장기·화투 등 일상적으로 하던 취미활동을 전처럼 잘하지 못한다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빨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TV 드라마나 책에서 보고 읽은 내용이 이해가 잘 안돼 엉뚱한 질문을 한다 △집안일, 업무 등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가족 생일과 약 복용 등 지속적으로 해온 일을 깜빡 잊는다 △운전 중 실수가 잦아지고 지하철 환승 등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과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감퇴된 상태이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 상태는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즉, 조기에 치료하여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장애를 보이는 인지 영역에 따라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와 ‘비(非)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기억력 감소가 두드러지고 그 외의 인지 기능의 감소는 크지 않은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으로 이행된다. 반면, 기억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집중력과 사고력, 언어 등의 인지 기능이 떨어진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혈관성치매나 전두측두치매(Frontotemporal dementia)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도인지장애 진단(診斷) 기준은 △기억력 저하에 대한 불편을 호소(주로 보호자 입장에서 제시) △기억 손상 외에 다른 영역은 비교적 정상임(주로 기억 저하이나 전두엽 기능, 시공간 기능 등 뇌 기능의 일부에서 이상을 보임) △일상생활은 문제가 없고,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 △전문가 의견 및 진단 기준에 의하면 치매의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는 않아야 한다.

진단의 첫 번째 단계는 환자가 경도인지장애 증후군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인지기능장애를 호소하고, 신경심리학적 평가를 통해 인지기능장애가 증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는 뚜렷한 장애가 없으며, 치매의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않아야 한다.

신경심리검사가 경도인지장애를 증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상노화, 경도인지장애, 치매 간에 공통된 부분이 많으므로 이들을 구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최근에는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및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한 영상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영상검사만으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1-2년에 걸친 추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