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통해 본 기생충①] 회충·요충 등 감염률 1971년 84.3%서 2013년 2.6%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54년 전인 1965년 1월 필자가 UN공무원으로 임용되어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에 근무할 당시 한국에 지원하는 사업은 주로 모자보건(MCH), 결핵(T.B.), 나병(leprosy)관리 등 보건분야였다. 요즘은 저출산(低出産)이 문제이나 당시 정부는 인구조절을 위한 가족계획사업을 실시하였으며, 기생충(寄生蟲) 감염도 심각한 보건문제였다.
필자는 지난 토요일 오전 아내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내에 위치한 CGV영화관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을 관람했다. 이 영화는 최근 칸 국제영화(Canne Film Festival)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답게 오전 9시 40분 상영 영화인데도 관람석은 거의 만원이었다. 러닝타임 131분 영화 기생충은 순제작비만 135억원이 들었지만, 이미 해외 192개국에 판매한 덕분에 국내 관객 350만명만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한다. 5월 30일 개봉 후 4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기생충같은 놈아”라는 욕설은 주로 20대 후반 이상의 성인 남자가 부모집에서 무위도식(無爲徒食)할 때 쓰인다. 즉,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힘으로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한 턴데 왜 부모집에서 밥만 축내고 있느냐는 힐난이 ‘기생충’이란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양쪽이 서로 이득을 취하면 공생(共生, symbiosis)이라 한다. 반면에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경우에는 기생(寄生, parasitism)이라 하며, 이득을 보는 생물체를 기생물(寄生物, parasite), 손해를 보는 생물체를 숙주(宿主, host)라고 한다. 이들의 관계는 일시적일 수도, 영구적일 수도 있다.
‘기생충’은 다세포 구조를 가진 진핵생물(眞核生物)로 선충류(線蟲類), 흡충류(吸蟲類), 조충류(?蟲類)를 총칭한다. ‘십이지장충’은 소장에서 서식하는 기생충으로 기생하고 있는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밖으로 내보내며,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흙속에서 성장하여 흙에 닿은 손이나 발을 통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온다. ‘회충’은 주로 알이 묻어 있는 채소를 먹었을 때 감염되며, 몸길이가 14-35cm까지 자란다. 회충은 주로 소장에서 기생하지만, 간혹 허파에 들어가서 고열, 호흡곤란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충’은 어린아이가 목욕을 한 뒤에도 항문이 가렵다고 한다면 요충을 의심해야 한다. 요충은 가려움만 빼면 큰 해는 끼치지 않지만, 수면을 방해하여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충(촌충)’은 주로 물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을 때 감염된다. 조충은 소장의 벽을 물고 피를 빨아 먹고 살며, 몸 길이가 2-3cm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 퇴치가 본격화한 것은 1964년 기생충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이다. 1966년 ‘기생충질환예방법’이 제정되었고, 1969년부터 대변(大便) 집단검사가 시작되어 당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채변봉투’를 기억할 것이다. 전국 기생충 감염률은 1971년 84.3%, 1976년 63.2%, 1981년 41.1%, 1986년 12.9%로 감소하여 1992년에는 3.8%로 낮아졌고, 2013년 감염률은 2.6%였다.
1964년 설립된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제5군 감염병(기생충병)이 더 이상 국민건강의 위해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1987년 한국건강관리협회로 흡수 통합되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KAHP)에 기생충박물관(Parasite Museum)을 2017년 12월 개관했다. 기생충 감염이 줄긴 했지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장내 기생충에 감염된 사례가 7668건에 달한다. 간흡충(肝吸蟲, 간디스토마) 감염이 4850건, 장흡충(腸吸蟲)이 1431건, 요충이 888건, 편충 485건으로 나타났다.
기생충 예방의 기본은 외출 후와 식사 전에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며,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구충제(驅蟲劑, anthelmintics)를 먹는 것이 좋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시 기생충을 옮기지 않도록 다 같이 복용해야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애완동물의 기생충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