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실금 환자 급증①] 2010년 4984명에서 2017년 1만138명, 7년새 103.4% 늘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나도 모르게 찔끔찔끔 변이 새나요?” 소변이 찔끔찔끔 새는 요실금(尿失禁)처럼 대변이 새는 것을 변실금(便失禁)이라 한다. 우리 입에서 항문까지의 길이는 약 9m이며, 음식을 먹고 대개 ‘1박2일’이면 대변이 되어 배출된다. 대변(똥)을 영어로 덩(dung)이라 발음하며, 대변 볼 때 ‘덩’하고 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다. 동양에서는 ‘쌀이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라는 의미로 분(糞)이라고 한다. 대변(feces)과 소변(urine)을 아울러 분뇨(糞尿)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변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984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1만138명으로 7년새 103.4% 늘었다. 변실금 환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상이 나타나고 1년 이상 지난 후에 병원을 찾았다는 사람이 42.6%에 달하며, 병원을 늦게 온 이유는 ‘병이 아닌 줄 알아서’가 49.4%로 나타났다. 변실금은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치료해야 호전된다.
변실금(fecal incontinence)이란 4세 이상의 연령에서 반복적으로 대변이나 가스(방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항문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변실금 환자’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변실금은 항문을 통해 대변이 새는 질환으로, 화장실에 가기 전에 배변을 보게 되거나 자기도 모르게 배변이 속옷에 묻게 될 수 있다. 국내 변실금 유병률은 약 2-3%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유병률은 약 15%에 이른다.
변실금이 생길 경우, 예기치 못한 대변의 실금으로 인한 냄새와 불편감, 그리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삶의 질 저하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항문 주변에 남아 있는 대변으로 인해 피부감염이나 방광염이 발생할 수도 있고, 피부와 대변이 닿아서 가려움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은 후 생성된 대변이 직장으로 내려오면 직장이 이완되며 감각신경을 통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느끼게 되고, 동시에 항문 괄약근(括約筋) 수축을 통해 원하는 때 수의적으로 배변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배변을 조절하기 위해서 직장과 항문의 기능을 위시하여 직장감각신경 등 여러 기관의 조화가 필요하다.
변실금의 원인은 배변을 조절하고 지지하는 직장(直腸)의 구조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항문근육 또는 신경이 손상된 경우, 그 외 원인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변실금 발생 원인을 크게 골반(骨盤) 바닥근육(방광·직장·자궁 등 골반에 위치하는 장기를 지지하는 일련의 근육)이 정상적인 경우에 변실금이 발생하는 원인과 비정상적인 골반바닥근육으로 인해 변실금이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조직이 자연 퇴화하면서 항문괄약근의 기능이 저하되어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자연분만을 한 여성의 경우, 출산과정에서 시행되는 회음(會陰) 절개술로 인한 항문괄약근 손상 또는 외음부(外陰部) 지배신경 침해나 직접적인 항문괄약근 외상 등이 유발되는 경우에도 변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변실금을 진단할 때는 실금(失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방귀(gas), 묽은 변(liquid), 고형 변(solid)에 대한 조절양상 그리고 패드착용(wears pad), 생활습관변화(lifestyle alteration) 등 환자의 생활 및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가장 많이 쓰는 지표는 클리블랜드 클리닉 컨티넌스 스코링 시스템(Cleveland Clinic Continence Scoring System)이라 불리는 웩스너 점수(Wexner score)이다.
고형변, 묽은변, 가스(방귀), 패드착용횟수, 생활습관의 변화 등을 점수를 매겨 0점은 정상, 20점은 변실금이 심한 상태로 보고 변실금의 정도를 측정한다. 점수 계산은 각 항목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never) 0점, 가끔 그렇다(rarely, 월 1회) 1점, 약간 그렇다(sometimes, 주 1회~월 1회) 2점, 대체로 그렇다(usually, 하루 1회~주 1회) 3점, 항상 그렇다(always, 하루 1회 이상) 4점이다.
항문내압검사를 통해 항문 내·외 괄약근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으며, 직장-항문억제반사, 직장의 용적과 유순도 및 감각능력 등을 측정할 수 있다. 근전도(筋電圖) 검사는 직장항문 근육섬유들의 전기적 활성도를 측정해 괄약근의 수축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다. 항문초음파를 통해 항문 괄약근의 형태를 확인해 해부학적 손상이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배변 촬영술은 소량의 액상바륨 조영제를 직장에 넣고 배변 시 어떻게 배출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며, 음부신경말단부전도장애 검사는 음부신경말단부의 전도속도를 측정해 음부신경의 손상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