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계절···예천 특산 ‘피크닉’과 부사·홍옥·감홍·화홍 그리고 능금

예천 특산 사과 ‘피크닉’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구 ‘능금’이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필자도 대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능금(crab apple)을 즐겨 먹은 기억이 있다.

‘능금 꽃 피는 고향’이란 대중가요는 길옥윤 작사·작곡, 패티김 노래로 1971년 3월 발표되어 국민들이 즐겨 부르고 사랑을 듬뿍 받아온 대구의 찬가다. 가사 일부를 소개한다.

능금 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
팔공산 바라보는 해 뜨는 거리
그대와 나 여기서 꿈을 꾸었네
아름답고 정다운 꿈을 꾸었네
둘이서 걸어가는 희망의 거리
능금 꽃 피고 지는 사랑의 거리
대구는 내 고향 정다운 내 고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재래종인 ‘능금’을 재배하였으며, 고려 숙종 8년(1103년) 송나라 손목이 서장관(書狀官, 기록관) 자격으로 개성에 왔다가 당시 고려의 조정제도·풍속·어휘 등을 정리한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임금’(능금)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현재 원조 능금나무는 멸종위기종(種)이다. 능금은 일반 사과보다 작고 신맛이 강하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沙果)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맛이 새콤달콤하고 아삭아삭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필자도 과일 중에 사과를 제일 좋아해 매일 아침 한 개씩 먹고 있다.

서양에는 “사과를 매일 하나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란 속담이 있을 정도다.

‘사과’ 하면 흔히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따 먹은 금단의 열매로 유명하다. 혹자는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윌리암 텔의 사과는 정치를 만들어 냈다고 풀이한다.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사의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정보화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사과의 학명(學名)은 ‘Malus pumila’이며,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낙엽교목 식물인 사과나무의 열매이다. 원산지는 발칸반도로 알려져 있다. 사과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에도 즐겨 먹었고 17세기 미국에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906년 뚝섬에 원예모범장을 설치하고 각국에서 각종 과수의 개량품종을 도입할 때 사과도 함께 도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8-11도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에 적당한 온대북부 과수이다. 우리나라는 사과 재배에 기온이 알맞고 유효 경사지가 많아 전체 과수 재배면적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사과는 완숙 직전에 수확하여 저장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수확한 후에는 저온저장고나 통풍이 잘되고 직사광선이 안 쪼이는 서늘한 곳에서 온도를 낮게 해야 저장력을 높일 수 있다. 온도와 습도를 잘 조절하면 6개월 이상 품질 변화 없이 저장할 수 있다.

조선시대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능금재배법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18세기 초에 재배가 성행한 것을 알 수 있다. 1884년 무렵에는 선교사들이 외국 품종을 들여와 관상수로 심었고, 1901년 윤병수가 원산 부근에 과수원을 만들어 국광, 홍옥 등을 재배하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선진국들은 새로운 사과 재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사과 품종은 매우 많으며, 수확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8월 하순 이전에 수확하는 조생종에는 쓰가루(아오리), 선홍, 썸머킹 등이 있으며, 7월 상순부터 풋사과가 아오리란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9월 상순에서 10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중생종에는 홍로, 아리수, 세계일, 시나노스위트 등이 있다. 홍로는 추석 제수용으로 인기가 높은 품종이다. 10월 하순 이후가 최성수확기인 만생종(晩生種)에는 후지(부사), 홍옥, 감홍, 화홍 등이 있으며, 후지는 가을철에 가장 많이 먹는다.

우리는 ‘사과’라면 전국 재배면적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사(후지)를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맛을 자랑하는 신품종 사과들도 주목 받고 있다. 이른 추석을 위한 품종으로 ‘홍로’가 대세였으나 최근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품종 ‘아리수’가 인기다. 아리수는 표면이 매끈하고 색이 붉고 진하며 당도는 15.9브릭스(Brix), 산도(酸度)는 0.43%로 홍로보다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예천 특산 사과 ‘피크닉’

경북 예천군이 지역특화품목으로 육성한 ‘피크닉’은 9월말-10월말이 수확적기다.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양광’ ‘감홍’ 등에 비해 다소 작은 편인 220g 크기다.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거려 씹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당도는 14.5브릭스, 산도는 0.33%이다.

‘루비에스’는 대표적인 국산 신품종 미니사과이며, 무게는 80g 내외로 탁구공보다 약간 더 크다. 숙기가 빨라 8월말부터 출하되지만, 저장성이 뛰어나 상온에서 50일 이상 유통된다. 당도는 13.8브릭스, 산도는 0.49%이다.

‘황옥’은 테니스공 크기 정도이며, 상큼하고 진한 맛이 매력이며 단맛(당도 16.5브릭스)과 신맛(산도 0.33%)의 조화가 뛰어나 주스 등의 가공제품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사과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분과 유기산과 펙틴이다. 당분은 10-15% 가량이며,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으로 흡수가 잘된다. 유기산은 사과산, 구연산, 주석산 등이다. 펙틴(pectin)은 수용성 식이섬유로서 장의 규칙성을 주어 장카다르(장염)나 변비에 효과적이다. 잼이나 젤리 제조 시 잘 엉겨 조직을 부여한다. 사과는 사과주, 사과식초, 사과주스, 사과잼 등 가공품으로도 이용된다.

사과 한알에 들어 있는 주요 영양소의 효능을 보자. 식이섬유는 혈관에 쌓이는 유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칼륨은 몸속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철분은 혈중 헤모글로빈(hemoglobin) 수치를 높여 빈혈을 예방하며, 비타민C는 피로해소에 탁월하며 피부미용에도 좋다.

사과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 펙틴은 채소의 섬유질과 같이 장 운동을 자극하는 작용을 하며 소화를 돕고 악성 콜레스테롤을 내보내 급격한 혈압상승을 막아준다. 페놀산(phenolic acid)은 체내 유해산소를 무력화시켜 뇌졸중을 예방한다. 케르세틴(quercetin)은 항산화물질로 담배연기나 오염물질로부터 폐를 보호해 준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과육보다 껍질에 4배 더 많으며 충치를 예방하고 기미, 잡티, 주근깨 등을 없애준다.

사과를 껍질째 먹을 때는 세척을 잘 해야 한다. 수돗물에 1-2분 담근 뒤 흐르는 물에 3번 이상 반복 세척하면 잔류농약이나 이물질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 사과를 좀더 꼼꼼하게 씻으려면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한다. 즉 알칼리성분인 베이킹소다는 물로 씻기지 않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묵한 용기에 사과를 넣고 베이킹소다를 뿌려 표면을 문질러주고 10분 정도 기다린 후 사과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식초의 초산 성분은 금속이온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중금속을 떨어지게 하는 데 효과가 있으므로 농도 1% 정도로 식초를 희석한 물에 사과를 담가 10분을 기다린 후 흐르는 물에 씻어준다.

사과는 신맛이 나서 흔히 산성식품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으나, 알칼리성 식품이다. 사과를 깎거나 갈면 곧 갈색으로 변해 버린다. 이것은 사과 속에 들어 있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과 폴리페놀이 과육 중의 산화 효소와 공기 중의 산소 때문에 산화되어 착색되는 것이다. 이 변색을 방지하려면, 소금이나 아스코르빈산(비타민C)·아황산 염류의 묽은 용액을 쓰면 된다.

사과를 뜻하는 ‘apple’은 서양에서는 과일의 총칭으로 되어 있을 만큼 사과는 옛날부터 애용되어 온 과일이다. 사과는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가득하며,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사과 한 개(부사, 200g 기준) 열량은 114kcal 정도로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또한 “과수원 집 딸이 예쁘다”는 말에서 보듯 미용 효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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