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최근 20~30대 발병 늘어···충실한 검진 통해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 높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인은 짠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 때문에 위암과 대장암은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특히 잦은 음주와 가공식품 섭취, 자극적인 음식의 영향으로 젊은층에서 위암과 대장암이 발견되고 있다. 위암과 대장암은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나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다.
암의 형태에 따라 ‘착한 암’과 ‘나쁜 암’으로 나눌 수 있다. 착한 암종은 인절미나 찰떡처럼 한 덩어리로 붙어 있어 주변에 떨어지는 세포 없이 덩어리만 잘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나쁜 암종은 쑥버무리처럼 세포들이 주변으로 떨어져 있으므로 주 덩어리를 제거해도 완치가 어렵고 전이가 잘 되는 위험이 있다.
위암(胃癌, gastric cancer)은 50-60대 남자에서 많이 발생한다. 40대 전후에 발생하는 위암은 남녀 비율이 1대1로 여자에서도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40대 전후에 발병하는 위암은 복막 전이가 빨리 발생하고 진행하는 악성도가 나쁜 암이다. 이 경우 암세포는 분화도가 좋지 않고 반지형세포라는 특징적인 세포형태를 가지며, 이 세포가 각자 떨어져 있어도 죽지 않으며 세포 단독으로 성장하고 이동해서 위막을 파고든다.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검진을 통해 위암을 진단받으면 조기에 발견해 수술이나 내시경적 시술로 위를 잘라내지 않아도 완치될 확률이 높다. 즉 위암이 우리나라의 암 발생 1위를 차지하지만 사망률은 높지 않은 이유다. 이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검진을 충실히 받아야 한다. 40세 이상은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받을 수 있다.
위암에 있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은 폐암 위험을 높이는 담배와도 같다. 우리나라 성인의 감염률은 70%에 달하며, 위암 환자의 약 95%가 이 균에 감염돼 있으므로 치료가 위암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도 염증이 잘 호전되지 않으므로 생기기 전에 제균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여러 사람과 술잔 등을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무증상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자도 질환자로 간주하고 모두 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위암 발생이 15%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미국에서도 신경성위염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먼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를 실시하여 감염돼 있으면 치료를 실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위암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암 검진으로 40세 이상은 2년에 한번 위내시경을 받을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암 사망률 1위는 위암이며, 20대에선 위암이 3위다. 이에 젊은 층도 속쓰림 같은 증상을 겪어서 병원에 다닌다면 한번쯤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위암 발견 시 50% 정도만 초기암이었는데, 요즘은 70% 정도가 조기단계에서 발견된다. 조기 발견이 늘면서 전체 위암의 생존율도 40%대에서 최근 70%대로 올라간 것은 위내시경 정기 검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위암은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5% 정도로 높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2-2016년간의 위암 5년 상대생존율는 76.0%(남자 76.9%, 여자 73.9%)였다.
젊은 위암 환자인 경우 세포 특성상 위 안에서의 암은 심하지 않은데도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도 많다. 즉, 빨리 전이하는 암의 특성뿐만 아니라 ‘설마 내가 암일까?’ 하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쳐서 진행성 전이성 암으로 진단받는 젊은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위암은 빨리 알아챌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은 거의 없고 위염과 증상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위암은 사람마다 달라서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환자는 약간의 소화불량, 거북함, 입맛이 떨어지는 정도로부터 심하게는 살이 빠지고 구역과 구토, 그리고 복수(腹水)로 인한 복부팽만 등도 생길 수 있다.
위암의 전이 형태는 복막 전이, 림프절(lymph node)전이, 다른 장기 전이 등으로 크게 나눈다. 위점막을 뚫고 뱃속의 복막 전이가 일어나면 소장이나 대장 사이에 암세포가 자라서 장의 움직임이 이상해지고, 복수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위 주변뿐 아니라 뱃속의 림프절 전이, 목 주변의 경부 림프절에 전이가 될 수 있다. 혈액의 흐름을 타고 간, 폐, 뼈, 뇌 전이 등도 있을 수 있다. 위암이 주변 기관으로 전이되어 4기암/전이암이 되면 위절제술만으로는 완치가 되지 않아 항암치료를 실시한다.
최근 분자유전학이 발전하여 새로운 약제 특히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들이 개발되어 암 환자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에 잘 생기는 위암은 이들 약에 잘 반응하는 표적이 없어서 표적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면역 환경이 좋지 않아 면역항암제의 효과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세포들의 특성을 연구하여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