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石花) 굴 열풍③] 생산량은 통영·여수, 맛은 진도···굴찜·굴물회·굴파전·굴떡국·굴라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 굴 조리법도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星湖 李瀷, 1681-1763)은 <성호전집>(星湖全集)에 굴을 순무에 잘게 섞어 김치를 만들어서 술안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학자 이옥(李鈺, 1760-1815)이 자신의 견문과 느낌을 기록하여 1803년(순조 3)에 완성한 <백운필>(白雲筆)에서 석화(굴)의 쓰임은 회가 최고이고, 그 다음은 무치는 것, 젓갈, 죽, 전을 만드는 것이며, 국으로 끓이는 것이 제일 못하다고 기술했다.
1924년에 이용기(李用基)가 발간한 한국음식 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굴밥, 굴김치, 굴장아찌, 굴전, 굴회가 등장한다. 전남 고흥의 다양한 굴 음식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은 굴을 껍데기째 끓여 뽀얗게 국물을 우려낸 ‘피굴’이며, 경남 통영에선 설날 떡국에 굴을 넣어 먹는다. 전남 진도 지역의 별미는 ‘굴물회’다 생굴에다 쪽파, 고춧가루, 깨, 양파, 참기름, 매실액, 소금, 막걸리 식초를 넣고 버무리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 술술 넘어간다.
전남 진도(珍島) 주민들은 굴 생산량은 통영과 여수가 많지만, 맛으로만 보면 진도 굴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진도는 임회면 강계마을을 비롯해 의신면 도명마을 등에서 310어가(漁家)가 250ha에서 굴을 연간 560t을 생산해 약 80억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진도에서는 3월이면 종패(씨조개)를 여수에서 들이는데 굴은 자라는 바다의 환경 차이로 크고 나면 맛이 전혀 다르다. 진도 굴은 여수 굴보다 더 탱글탱글하고 향긋하며, 굴로 만든 굴찜, 굴물회, 굴파전, 굴떡국, 굴라면 등을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굴을 대부분 양식(養殖)을 하지만 별도의 인공 먹이를 주지 않는다. 굴이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를 줄로 연결해 바다에 드리우면 굴은 물속에 떠다니는 부유(浮遊)생물인 플랑크톤(plankton)이나 여러 유기물들을 먹고 자란다. 굴 한 마리가 한 시간에 바닷물 약 1리터를 걸러내며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해 수질을 오염시키는 부영양화(富營養化)현상, 적조현상을 막는다.
서양인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굴을 정력제(精力劑)로 여긴다. 우리나라는 굴을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돕는 알약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산성식품인 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amino acid)에는 일반 곡류에 적은 라이신과 히스티딘 등이 풍부하여 소화흡수가 잘 된다. 굴의 당질은 대부분 글리코겐(glycogen)으로 동물성 녹말이라는 별명이 있듯이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어린이, 노인, 병약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식품으로 권장되고 있다.
참굴(Pacific oyster)의 일반 성분(per 100g edible portion)은 다음과 같다.
‘자연산’(wild) 에너지 85kcal, 수분 81.5g, 단백질 11.6g, 지질 3.2g, 회분 2.2g, 탄수화물 1.5g, 칼슘 109mg, 인 204mg, 철 3.7mg, 비타민A 27RE, 비타민B1 0.22mg, 비타민B2 0.33mg, 나이아신 4.2mg, 비타민C 4mg.
‘양식산’(cultivated) 에너지 88kcal, 수분 80.4g, 단백질 10.5g, 지질 2.4g, 회분 1.6g, 탄수화물 5.1g, 칼슘 84mg, 인 150mg, 철 3.8mg, 비타민A 21RE, 비타민B1 0.20mg, 비타민B2 0.28mg, 나이아신 4.5mg, 비타민C 3mg.
금년 겨울철에 비타민과 무기질의 보고(寶庫)라고 불리는 굴을 충분히 섭취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 함께 굴 전문식당이나 오이스터 바(oyster bar)를 방문하여 색다른 굴맛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양에서 R자가 안 들어 있는 5월(May)·6월(June)·7월(July)·8월(August)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이유는 산란기이므로 영양분도 줄어들고 여름철이라 식중독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