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프로야구 ‘연습 위한 연습’ 벗어나 ‘게임을 위한 연습’으로

이만수 감독(왼쪽)이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시절 선발투수였던 짐 파케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62게임이다. 한국은 144게임이다. 요즈음 한국에도 홈팀이라면 메이저리그처럼 경기 5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대부분 선수들이 나온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선수들 훈련 방법과 우리나라 훈련 방법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메이저리그는 ‘연습을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위한 연습’을 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스타일은 어떤가?

얼마나 많은 양의 훈련을 했으면 정작 게임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힘이 없어 맥을 못 쓸 때가 많다. 너무 무리한 연습으로 게임에 들어가서는 처음 1회부터 전력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2~3회 정도 지나서야 정신을 차려 게임에 집중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출범도 4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 전에 많은 양의 연습으로 인해 정작 게임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현장의 지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많다. 지도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연습을 많이 시켜야 좋은 지도자라는 소리를 듣는 풍토이고 젊은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훈련량이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세뇌된 탓에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 한다.

혹 경기에서 잘하지 못하거나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십중팔구 “연습이 적었다“ “겨울에 충분히 몸을 만들지 않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선수들이 인터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연습이 적었다고 이야기하면 외국인 선수들이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팀마다 용병선수들이 3명씩 있다. 기회가 되면 아마추어선수들이나 프로선수 할 것 없이 이들 미국선수들이 시즌 때나 시즌 후 어떻게 훈련하고 개인연습 하는지 꼭 물어보았으면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밤 문화가 거의 없다. 해만 떨어지면 그렇게 화려하고 큰 도시들이 거짓말처럼 유령의 도시가 된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기가 끝 나면 밤 10시 가량 되다 보니 다운타운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든지 친구와 차라도 한잔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말 밤에 놀기 좋은 나라다. 화려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나와 늦은 밤까지 마시고 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자칫 잘못 행동하기라도 하면 밤 문화에서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와 환경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이런 문화 속에서 평생 지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돈보다는 정말 야구가 좋아서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야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생활을 한다. 야구를 좋아서 하는 선수와 돈을 위해 운동하는 선수들의 마음 자세가 현격하게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이제 ‘게임을 위한 연습’이 아닌 ‘연습을 위한 연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가 이야기하기 전에 이미 최정상의 기량을 갖추고 프로에 올라온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어린 시절에 했던 것처럼 엄청난 양의 펑고나 손바닥이 피멍이 들 정도로 타격연습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혹 전날 중요한 찬스에서 병살이나 삼진이라도 먹는 날에는 다음날 30분 넘는 개인 타격연습을 해야 한다. 또 에러라도 하면 똑 같이 다음날 수비코치에게 엄청난 양의 펑고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 한가지는 팬들이나 기자 그리고 프런트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의 인식도 아직 바뀌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이 해야만 잘한다는 문화가 언제쯤 바뀔는지…

프로라면 최상의 컨디션과 기량을 갖고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 시즌 144게임을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며 힘을 쏟아 붓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프로다. 수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한 시즌 144게임이 많다고 이야기한다면 그 선수는 프로선수 자격이 없다. 또한 이들을 인솔하는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해서도 절대 안 된다.

지도자들이나 프런트 그리고 언론인이나 팬들까지 선수들이 게거품을 흘리고 유니폼이 흙먼지로 뒤범벅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땀으로 온 몸이 젖어 있는 모습을 보며 좋아라 해서도 절대 안 된다. 누구를 위한 야구인가? 야구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보여 줄 것인지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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