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도 물이 올라 여린 풀은 머리 빗고 잘 견디었네 고생 많았네 어제보다 의젓하네 온 들녘 물 마시는 소리 가지런한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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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물이 올라 여린 풀은 머리 빗고 잘 견디었네 고생 많았네 어제보다 의젓하네 온 들녘 물 마시는 소리 가지런한 빗소리
산자락 붉나무 코끝도 빨간 아침 버틴다고 버틴 산발치 배추들이 소름 돋은 고갱이 환히 내밀고 있다 무슨 기척에 도망갔는지 웃잎만 건드린 어린 고라니 엉덩이 강종강종 건너갔을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진달래 피었구나 너랑 보는 진달래 몇 번이나 너랑 같이 피는 꽃 보겠느냐 물떼새 발목 적시러 잔물결 밀려온다
어찌해도 안 되면 어찌해야 합니까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돌아 앉으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곧 결론이 날 겁니다 # 감상노트 일본 동경 어디 가서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감상노트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을 시조의 길로
봄이 간다커늘 술 싣고 餞送 가니 낙화 ᄒᆞ난 곳에 간 곳을 모를너니 柳幕에 꾀꼬리 이르기를 어제 갔다 ᄒᆞ더라 – 조윤성(曺允成): 세종연간 승문원 박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도 누군가 한 눈에 읽어주는 한 눈에 읽어주는 편지이고 싶어라 적벽돌 담장 너머 번지는 라일락이고 싶어라 # 감상노트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은 아기자기하지만 누군가에게 ‘꽃물 편지’를 쓴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안아주고 싶지만 좋은 시를 쓴 사람은 업어주고 싶다시던 시인은 가고 없어도 그 말씀은 남았네 안아주고 싶도록 좋은 사람 많은데 업어주고 싶도록 좋은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아흔아홉 도구들이 아흔아홉을 거머쥔 일 프로의 사용자를 받들고 먹여 살리는 불가사의한 조직체 # 감상노트 하나 밖에 없는 몸뚱이가 소스라친다. 쓰다 버려질
간밤에 부던 ᄇᆞᄅᆞᆷ 滿庭桃花 다 지거다 아희ᄂᆞᆫ 뷔를 들고 쓰로려 ᄒᆞᄂᆞᆫ고나 落花ᅟᅵᆫ들 곳지 안니랴 쓰러 무ᄉᆞᆷ ᄒᆞ리요 -선우협(1588~1653) 《주역》에 통달한 조선 중기의 학자. 저서《돈암전서》7권 5책.
해마다 봄이 자꾸 짧아지고 있다는데 덩달아 꿩 소리도 이 산 저 산 바빠지네 할머니 유모차 슬쩍 같이 밀고 가는 봄비 # 감상노트 그나저나 봄비가
누군가 나는 누군가? 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나일까? 저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나일까? 밤새도록 온 세상을 돌아다닌 하얀 아침 누군가 나는 누군가
지난해 5월 열반하신 조오현 큰스님은 승려직과 함께 누구보다 시조를 사랑한 시인이다. 스님의 문학적 성과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조와 시를 통해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 세간에서 큰스님에
왕은 죽어서 젖무덤만 남아서 남풍 부는 아침이면 약속처럼 젖이 돌아 꽃다지 떼로 몰려와 우 ․ 우 ․ 우 ․ 우 기어오르네 # 감상노트 경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