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시조아카데미 10년 인연···조오현 큰스님과 제자 홍성란 시인

2018년 3월 1일 동안거 해제일 백담사에서 조오현 조실스님과 홍성란 시인. 홍성란 시인은 “조실스님 모시고 찍은 마지막 사진”이라고 했다. 광일스님 촬영.

지난해 5월 열반하신 조오현 큰스님은 승려직과 함께 누구보다 시조를 사랑한 시인이다. 스님의 문학적 성과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조와 시를 통해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 세간에서 큰스님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시조를 아꼈고, 시조시인들을 격려했다. 3일로 만 10년을 맞은 ‘유심시조아카데미’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를 가까이서 시봉(侍奉)했던 홍성란 시인이 시조아카데미 10주년을 맞아 <아시아엔>에 회고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아시아엔=홍성란 시인,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유심시조아카데미’는 처음 2005년 서울 광화문 구세군회관 옆 교총회관 강의를 시작으로 2006년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해 왔습니다.

2007년 봄, 오현 큰스님께서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 서울사무소에서 새롭게 시작하라고 제안하셨습니다. 당시는 계간 <유심>을 인사동 백상빌딩에서 발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큰스님 홀로 계신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서울포교당 신사동 MG타워 3층에서 ‘시조아카데미’만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선뜻 말씀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유심>이 격월간 시전문지로 전환하면서 신사동에서 발행하게 되었고 2009년부터 유심문예아카데미를 열게 되었습니다. 유심문예아카데미는 오세영, 신달자 시인이 시 부문을 담당하고 시조는 홍성란이 담당하여 ‘유심시조아카데미’라는 공식명칭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오세영 교수와 홍성란이 문예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3일이 ‘유심시조아카데미’가 개원한 날입니다. 큰스님께서 손수 편액을 쓰시고 벽에 걸어 주시며 ‘유심시조아카데미’를 운영하게 하셨습니다. 올해가 10주년입니다. 큰스님께서 한국문학 향상을 위해 기여하신 공적을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제가 큰스님 가까이서 뵙고 큰스님 뜻을 받들어 수행한 일만을 간단히 말씀드릴 뿐입니다.

큰스님께서는 특히 시조의 향상을 위해 많은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2006년 현대시조100년 고유제를 만해마을에서 지냈고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선>(태학사) 간행, ‘현대시조 100년기념 신작가곡’ CD제작, ‘겨레의 노래 천년의 노래’ 여의도 KBS홀 공연, 전국적인 시조단체들의 국내외 시조학술세미나 행사 등을 후원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큰스님께서 직접 하시고 싶은 일을 저를 앞세워 수행하신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08년 8월 23일, 시조시인으로는 처음으로 백담사 만해마을, 만해문학아카데미 초청 문학강연을 하였습니다. <내가좋아하는현대시조100선>(책만드는집, 2003)을 만들어서 현대시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형식이 생기게 되었고 불교신문에 현대시조감상을 2년간 연재하여 <백팔번뇌-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조계종출판사, 2009)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큰스님께서 제일 먼저 읽어보시고 첨삭을 하셨습니다.

<백팔번뇌-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같은 해 5월 15일~16일에는 권영민 교수, 이상국 시인과 함께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초청으로 ‘하버드-만해시조페스티벌’(권영민 교수, 데이비드 맥켄 교수 주관)에서 시조낭송(이상국, 홍성란)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만해축전 시조학술세미나와 유심시조아카데미 시조낭송회, 북 콘서트, 시조공개강좌 등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큰스님 후원으로 2012년부터 시조교육전문지 <유심시조아카데미>를 연간 발행했습니다. 2014년까지였지요. 같은 해 9월 11일 경주에서 열린 제78차 국제PEN대회 문학포럼에서 한국대표로 프리젠테이션 낭송 강연 ‘한국의 전통시, 시조란 무엇인가’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시조를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하신 큰스님의 전방위적 공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전문 월간지 <유심>이 발행되는 동안 특히 국내외적으로 시조 낭송 강연활동과 시조 관련 문학상 심사도 많았습니다. 그것은 큰스님 가까이 시봉하며 <유심>의 상임편집위원으로서 시조를 담당해오던 영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큰스님을 직접 모시고 함께 한 문학활동이 2015년 3월 20일 버클리대 한국학센터와 동아시아학연구소 초청 ‘설악무산 그리고 영혼의 울림’에서 시조낭송이었습니다. 큰스님은 권영민 교수와 대담형식의 강연을 진행하셨고 저는 큰스님 시조를 낭송했습니다.

만해마을을 동국대학에 넘기시고 큰스님은 모든 흥심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 만해대상도 조선일보에 넘기시고 <유심>도 폐간하셨습니다. 그러나 종이책은 사라졌지만 <유심>은 영원하다고 하셨습니다.

유심시조아카데미는 시조 시인들의 마음에 영원할 것입니다. 저와 도반들은 큰스님의 뜻을 받들어 힘닿는 데까지,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시조 쓸 수 있는 후진을 양성하고 시조공개강좌를 통해 시조문화선양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큰스님은 저의 시조를 알아주시고 저의 낭송을 알아주시고 저의 글을 알아주셨습니다. 知音의 고사를 생각하며 홍사성 주간이 <지음>이라 한 것처럼 큰스님은 나의 지음이셨다고 생각합니다. 큰스님께서는 나의 작품을 부채에도 쓰시고 한지에도 많이 써주셨습니다.

큰스님의 시조를 읽으라 하시고는 울먹이시기도 했습니다. 제 시도 읽고 큰스님 시도 읽고 나비처럼 팔랑팔랑 다니며 시조 강연도 하고 낭송도 하라고 하셨습니다. 유심작품상 시조부문(제1회)은 이근배 선생님 추천으로 받게 되었고, 현대불교문학상, 한국시조대상 수상은 큰스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런 저런 넋두리가 다음에 쓰게 될 에세이의 기초가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홍성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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