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바람의 말’ 하순희 “누군가 나는 누군가”
누군가 나는 누군가? 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나일까? 저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나일까?
밤새도록 온 세상을
돌아다닌 하얀 아침
누군가 나는 누군가
발가락이 저리다
아무도 잡을 수 없는
빈 시간 그 언저리
# 감상노트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고요히 머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꽃잎을 흔들어 떨구고 성난 파도를 무너뜨리고 돌아온 바람의 저린 발가락. 한밤 내 온 세상을 휘돌아온 마음이 왜 바람 아니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의 행적(行跡). 바람의 아픔은 바람만이 안다.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