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벽에 길을 떠나며 젖은 눈으로 등 뒤를 바라본다 나는 나 하나만의 존재가 아니다 내 힘만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니다 내 등 뒤에 그대가 있어 나는
Category: 오늘의시
[오늘의 시] ‘나무의 아이’ 박노해
한 마을의 역사와 품격은 아름드리 숲이다 크나큰 고난을 뚫고 온 장엄한 세월의 나무 그 나무와 함께 사람은 깊어진다 그 나무에 기대어 아이들은 자란다 나는 나무의
[오늘의 시] ‘하나의 관심’ 박노해 “사랑하다 죽는 것”
자연은 어린 것에 관심 있다 사람은 젊은 것에 관심 있다 하늘은 죽어오는 것에 관심 있다 아니다 자연도 사람도 하늘도 오직 하나에만 관심 있다 사랑, 사랑,
[오늘의 시]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박노해
길은 길을 걷는 자의 것이다 젊음은 젊음을 불사르는 자의 것이다 사랑은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자의 것이다 창조는 과거를 다 삼켜 시대의 높이에 선 자의
[오늘의 시] ‘가을에는 더’ 박노해
어느 날부터 내게 고요함이 사라졌다 어느 날부터 내게 그리움이 사라졌다 어느 날부터 내게 긴 여운이 사라졌다 가을에는 더 그리워져야겠다 고독해져야겠다 간절해져야겠다 이 가을에 난
[오늘의 시] ‘가을에’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오늘의 시] ‘고향길’ 권달웅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오게. 콩밭을 지나 호박밭을 지나 거름내를 맡으며, 양복을 벗고 옛 길로 낡은 밀짚모를 쓰고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모든
[오늘의 시] ‘한글날 노래’ 최현배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터전 이 글로 이나라의 힘을 기르자
[오늘의 시] ‘고요히 고요히’ 박노해
고요히 고요히 가을은 고요히 햇살은 고요히 씨앗처럼 고요히 산맥처럼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상처는 고요히 성숙은 고요히 별들처럼 고요히 희망처럼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여행은 고요히 길들은
[오늘의 시] ‘한로’ 홍사성 “가을볕 은근할 때 얼굴 보여주시라”
먼산에는 단풍꽃 강가에는 갈대꽃 산수유 눈물인듯 아침이슬 차갑다 들쥐도 하루하루 겨울채비 바쁜데 그대는 어찌해서 소식 한 줄 없는가 수줍은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니 가을볕 은근할 때
[오늘의 시] ’10월 엽서’ 이해인(1945~ )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오늘의 시] ‘가을 햇살에’ 박노해
나의 날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의 길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나의 벗들은 다 어디에 있나 즐거운 만남도 설레는 여행길도 함께 모여 담소하고 슬퍼하고 격려하던 우리
[오늘의 시] ‘미시령 노을’ 이성선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오늘의 시] ‘9월의 붉은 잎’ 박노해
이른 아침 9월의 푸른 숲에서 역광에 빛나는 붉은 잎 하나 너는 너무 일찍 물들었구나 흰 원고지 위에 각혈하는 시인처럼 시절을 너무 앞서 갔구나 너무 민감하게
[오늘의 시] ‘9월’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