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 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 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 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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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여행자’ 박노해
여행을 나서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한쪽만 읽은 두꺼운 책과 같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밖의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 나 자신마저 문득 낯설고
[3.1운동 102년 윤동주 시선] 코스모스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唯波斯菊知我心
코스모스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오늘의 시] ‘삼일절 노래’ 정인보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오늘의 시] ‘우수'(雨水) 홍사성
버들개지 움터 재재대는 늦은 아침 물소리에 놀란 얼음장들 깍지 푼다 먼산 봉우리 덜 녹은 눈 아직 찬데 코끝 스치고가는 달달한 새봄 냄새
[오늘의 시] ‘종자’···박노해 “파릇파릇 새로운 세상을 열어”
종자로 골라내진 씨앗들은 울부짖었다 가을날 똑같이 거두어졌건만 다들 고귀한 식탁 위에 오르는데 왜 나는 선택받지 못한 운명인지요 남들은 축복 속에 바쳐지는데 나는 바람 찬 허공에
[오늘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많이 그리고 자주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얻고 잘못된 친구들의 배신을 견뎌내는 것. 아름다움의 진가를 알아내는
[오늘의 시] ‘꿈을 품은 사람아’ 박노해
꿈을 품은 사람아 시린 겨울 대지를 바라보자 꽃들은 훗날을 위해 언 땅속에 자신의 씨앗을 미리 묻어 놓았다 오늘 피어날 자신을 버리듯이 겨울 대지에 미리 묻어
[오늘의 시] ‘만년설산을 넘어’ 박노해
넘어도 넘어도 끝없는 만년설산의 길 춥고 희박한 공기 속에 난 그만 지쳤는데 이곳에서 태연히 살아가는 이가 있다 인생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오늘의 시] ‘2월’ 오세영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오늘의 시] ‘아침은 짜이 한 잔’ 박노해
인도의 아침은 짜이 한 잔으로 시작한다 모닝 짜이를 마시지 않는 아침은 산 날이 아니다 오늘 하루 인생을 시작하기 전, 깊은 숨을 쉬며 심신을 가다듬는 생의
[오늘의 시] ‘무릎’ 정호승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오늘의 시] ‘중독자들’ 박노해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경계할 것이 있다 자기 의지로 끊을 수 없고 도움으로도 끊기 힘들고 파멸과 죽음만이 끊을 수 있는 치명적인 중독이 있다 권력은 중독이다 인기는
[오늘의 시] ‘꼬막’ 박노해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南道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오늘의 시] ‘생각없이 늙는다는 것’ 엄원태
이 삶에서, 더 닳고 부서질 것은 없다 혹 그대가 미련의 말들을 중얼거린다면 코끝에 독한 단내가 가득할 것이다 그 비굴한 시선을 개들에게서 본 적이 있다 살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