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여행자’ 박노해

<사진 공주시청>

여행을 나서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한쪽만 읽은 두꺼운 책과 같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밖의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

나 자신마저 문득 낯설고
아득해지는 그 먼 곳으로

하지만 낯선 땅이란 없다
단지 그 여행자만이 낯설 뿐

가자 생의 여행자여
먼 곳으로 저 먼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깊은 어둠 속으로 빛나는 길을 따라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나 자신에게 가장 낯선 자인
나 자신을 탐험하고 찾아내는 것

그 하나를 찾아 살지 못하면
내 생의 모든 수고와 발걸음들은 다
덧없는 길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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