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사랑이 그러네요’ 박노해

난 정직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네요

난 현명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바보처럼 만드네요

난 당당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네요

난 한결같은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변덕쟁이로 만드네요

난 명랑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눈물짓게 만드네요

사랑이 그러네요
그러네요 사랑이

나 벌거벗은 인간으로
오 가련한 사람으로

사랑은 다 내 탓이라 하고
사랑은 다 괜찮다고 하고

사랑이 그러네요
그러네요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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