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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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걷는 길은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찬 비가 내린다

나에게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눈물방울

젊어서 먼저 생을 완주한 나의 동지들이
폭음 속에서 내 품에 안기던 여윈 아이들이
영혼의 총을 들고 산으로 가던 소녀 게릴라들이

그만 등을 돌리고 싶은 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눈물이 길이다 눈물이 길이다
눈물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다
눈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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