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돌아온 소년’ 박노해

파리꼬뮌

파리 꼬뮌이 무너진 1871년 5월 28일
지배 계급은 수도 탈환을 축하하며
잔인하게 노동자와 시민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소년 소녀들도 총을 들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어갔다

열 다섯 쯤 돼 보이는 앳된 소년 노동자 한 명이
베르사유군에 체포되어 총살되기 직전이었다
소년은 자기 손목에 채워진 은시계를 풀러
가까이에 살고 있는 가난한 홀어머니에게
갖다 주게 해달라고 군인들에게 애원했다

순간 불쌍한 생각이 든 장교는 속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소년을 풀어 주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난 후 되돌아온 소년은
돌담 밑에 스러져 있는 총살당한 시체들 사이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이제 죽을 수 있어요
우리는 돌아올 거예요!
군인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고
12발의 총알이 어린 소년의 몸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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