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걷는 길은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찬 비가 내린다 나에게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눈물방울 젊어서 먼저 생을 완주한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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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어디가나 벽이고…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거 같은 노엽고 외로운
[오늘의 시] ‘알고 보니’ 최명숙
알고보니 그렇더라 알고보니 그게 아니더라 사는 일이 다 그렇더라 알고보니 피고 알고보니 지더라 알고보니 오고 알고보니 가더라 알고보니 그립고 알고보니 더러는 잊히더라 알고 보니 알고보니
[오늘의 시] ‘우리가 만나’ 박노해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 처음 해보는 아이 노릇, 모자라고 실수투성이인 우리가 만나 서로 가르치고 격려하고 채워주며 언젠가 이별이 오는 그날까지 이 지상에서 한 생을 동행하기를
[오늘의 시] ‘우리 할머니 말씀’ 박노해
어린 날 글자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가 그랬지 아가, 없는 사람 험담하는 곳엔 끼지도 말그라 그를 안다고 떠드는 것만큼 큰 오해가 없단다 그이한테 숨어있는 좋은 구석을
[오늘의 시] ‘물에서 건진 태양’ 오충
태양은 물속에 잠기고 달은 너울 파도에 출렁이고 비와 바람은 합세해서 세상을 삼키려 든다. 이른 아침 떠오르지 못하는 태양은 어스름한 달의 잔상에 힘입어 어둠을 걷어 내려
[새책] 오충 시인 ‘물에서 건진 태양’
[아시아엔=편집국] 오충 시인의 시집 <물에서 건진 태양>이 천년의시에서 출간됐다. 시인은 질병의 고통과 이에 따른 몸의 자각을 노래한다. 이때 자아를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은 곧 질병의 고통을
[오늘의 시] ‘곡우穀雨’ 홍성란 “지렁이도 물이 올라”
지렁이도 물이 올라 여린 풀은 머리 빗고 잘 견디었네 고생 많았네 어제보다 의젓하네 온 들녘 물 마시는 소리 가지런한 빗소리
[오늘의 시] ‘꿈’ 황진이 짓고 김안서 번역
相思相見只憑夢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儂訪歡時歡訪儂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날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같이 떠나
[오늘의 시] ‘한식날 소묘’ 한근식
아버지, 저 왔슈 그동안 잘 계셨나요 우선 빈 속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셔요 벚꽃잎 띄워드리겠습니다 저 대견하지요? 그래 제법이구나 어릴 적엔 東西를 모르는 네가 사는
[오늘의 시] ‘가리지 마라’ 박노해
너의 눈감음으로 세상의 모든 새벽을 가리지 마라 너의 둔감함으로 세상의 모든 새싹을 가리지 마라 너의 눈부심으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가리지 마라 너의 체념으로 세상의 모든
[오늘의 시] 뜻없이 무릎꿇는 그복종 아니요
뜻없이 무릎꿇는 그복종 아니요 운명에 맡겨 사는 그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 그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약한자 힘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함이 주님의
[오늘의 시] ‘사랑이 그러네요’ 박노해
난 정직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네요 난 현명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바보처럼 만드네요 난 당당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네요 난
[오늘의 시] ‘춘분’ 홍사성
낮도 절반이고 밤도 절반입니다 사랑도 절반이고 미움도 절반입니다 이제는 당신쪽으로 더 많이 기울겠습니다
[오늘의 시] ‘경칩 편지’ 홍사성
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 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 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 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