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생각없이 늙는다는 것’ 엄원태

생각 없이 살다가 반들반들한 안경만 남길 것인가?

이 삶에서, 더 닳고 부서질 것은 없다
혹 그대가 미련의 말들을 중얼거린다면
코끝에 독한 단내가 가득할 것이다
그 비굴한 시선을
개들에게서 본 적이 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해,
그대가 할말을 잃을 때
그런 어떤 날,
모래를 한 움큼 입 안에 씹게 될 것이다

일생을 될수록이면 서서히,
갖은 애착으로,
그러나 결국은 깎아내고 또 깎아내버린
마음에,
반들반들한 안경만 남은
늙은 그대!

엄원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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