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무릎’ 정호승

낙타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꿇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

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깊으면
먼저 무릎을 꿇고
찬란한 별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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