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고향길’ 권달웅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오게.
콩밭을 지나
호박밭을 지나
거름내를 맡으며,
양복을 벗고 옛 길로
낡은 밀짚모를
쓰고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모든 욕심을 버리고
흙 묻은 손으로 오게.
순수한 마음으로 오게
넉 세 삼베옷 입은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꽁보리밥에
고추장 맛
고향의 물맛을 아는가.
지금도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고 슬퍼 말라는
푸시킨의 시가
마을 앞 이용소에
걸려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