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고향길’ 권달웅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옛 이발소엔 이런 그림이 몇 점 걸려 있었다. 밀레의 만종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풍경화 40.0×32.5cm. 실크스크린. 1970년대.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소장>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오게.

콩밭을 지나
호박밭을 지나
거름내를 맡으며,

양복을 벗고 옛 길로
낡은 밀짚모를
쓰고 오게.

여보게, 고향에 오려면
모든 욕심을 버리고
흙 묻은 손으로 오게.

순수한 마음으로 오게
넉 세 삼베옷 입은
옛 마음 그대로 오게.

여보게, 꽁보리밥에
고추장 맛
고향의 물맛을 아는가.

지금도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고 슬퍼 말라는

푸시킨의 시가
마을 앞 이용소에
걸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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