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9월’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는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