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백담사 가을’ 오세영 “훌륭한 선지식禪智識은 아예 못 본체”
백담사白潭寺 무금선원無今禪院 다락에 앉아
가을 산과 대좌하여 홀로
차를 마실 땐
한사발로 족하답니다.
산방 창앞의 배롱나무가
곱게 단풍이 들면
언제나 박새 한마리가 날아와
몰래 차시중을
들어주기 때문이지요
어디선지
냉큼 찻잎을 물어오고, 약초를 물어오고,
가끔은 하늘도 한입 물고와서
사알짝 찻잔에 띄워주지요.
훌륭한 선지식禪智識은 아예 못 본 체
나같은 무식에게만 늘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