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꼭 사람이어야만 할까. 개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다나 산을 친구로 하면 안 될까. 옛친구들이 점점 희미하게 사위어지는 걸 느끼면서 하는 요즈음 나의
Author: 엄상익
[엄상익의 시선] 종교보다 강한 밥 한끼
나는 상대방에게 날을 세우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법정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나의 사무실까지 쳐들어와 내게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 쪽을 마귀로 간주했다. 우리편도 그들을 악마로
[엄상익 칼럼] ‘숙제’ 같은 인생, ‘축제’로 바꾸었으면
나는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아홉살 손자가 엉뚱한 데가 있다. 엄마아빠가 잠들어 있는 새벽 여섯시쯤 몰래 일어나 어두컴컴한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뒤지더라는 것이다. 엄마가
[엄상익의 시선] 묵호역 여직원이 바로 천사였음을…
묵호역은 아직도 오래된 시골 역의 모습이 남아있다. 뾰족한 기와지붕만 평평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고 할까. 사람들 발길에 닳은 콘크리트 바닥도 천천히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도 정겹다. 황혼 무렵
[엄상익의 시선] 내 속에 들어있는 ‘거지’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거지 근성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라는 짧은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공짜에 익숙한 사람들을 얘기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서 내 속에 들어있는
[엄상익의 시선] “노년의 행복, 맘 먹기 달렸습니다”
실버타운은 인생의 썰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실습장 같다. 엊그제 같은 층에 있는 노부부 중 부인이 죽었다. 남편은 혼자가 됐다. 윗층의 그림 그리던 부인도
[엄상익의 시선] “만나는 사람마다 한권의 책이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방법과 감사하며 모든 걸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웠다” 나는 종교적 수행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기도원도 여러 군데 가보았다. 교회의 박스같은 기도방에
[엄상익 칼럼] 혁신위원장의 ‘혀’와 월남전 태극무공훈장 노인의 ‘공허’
검은 밤바다가 넓게 드러누워 있었다. 허공에 뜬 붉은 달이 바다 위에 긴 빛의 띠를 이루고 있다. 파도가 몰려와서 물을 토해 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밤바다에서
[엄상익 칼럼] 컴맹탈출 ‘야금야금 달팽이’ 기법
나는 요즈음 컴맹을 탈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런데 혼자 공부하려니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앞에 앉으면 바로 속에서 주먹 같은 화가 치솟아 오른다. ‘로그인’이라는 빗장에 걸려서 들어갈
[엄상익의 시선] 벌거벗은 성자
종교적인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조금은 슬픈 눈을 가진 그리고 얼굴에 미묘한 푸른 그림자를 드리운 그녀가 그랬다.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면
[엄상익 칼럼] 느림과 비움
나는 요즈음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다. 산책할 때면 유튜브에 나오는 강연들을 듣기도 한다. 살면서 세상과 접속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따금씩 그 속의 말 한마디에서 귀중한 깨달음을 얻기도
[엄상익의 시선] 옆방 노인의 죽음
실버타운의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던 부인이 내게 말했다. “그저께 한밤중에 413호에서 잠깐만 와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가서 보니까 할아버지가 옆에 있던 할머니가 죽은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엄상익 칼럼] 명문대 교수 넘어뜨린 ‘악마의 미끼’
명문대 무용과 교수였던 그녀는 그 계통의 권력이었다. 대학입시 실기시험의 심사위원장이었고 예술단 단장으로 수 많은 무용수들 중 누구를 프리마돈나로 무대 중앙에 세우나 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엄상익의 시선] 나의 성공 뒤엔 수많은 이들의 실패와 희생이 있음을…
나의 생업이었던 변호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는 것 같다. 요즈음은 소가 되새김을 하듯 나와 인연이 닿아 내 삶속을 잠시 스쳐
[엄상익의 시선] “탈주범 신창원 변호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마음이란 뭘까? 어떤 유행가는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이 마음이 저 마음을 때리고 저 마음이 이 마음을 친다고 표현했다. 마음은 그 깊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