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의 실버타운은 적막하다. 창은 농도 짙은 어둠에 물들어 검은 거울이 된다. 거기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다. 책상 앞에 놓인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시간의 벽을 두드리고
Author: 엄상익
[엄상익의 시선] 함경도 보따리장사 할아버지의 추억
50년 된 무덤을 열었다. 할아버지의 뼈 조각들이 흙속에 묻혀 있었다. 다리뼈와 발뼈를 찾았다. 평생 길을 걷던 할아버지를 받쳐 주던 중심축이었다. 갈비뼈와 머리뼈를 찾아가지고 상자에 담았다.
[엄상익의 시선] 노후 생활 ‘명품’으로 만들려면
중학교 3학년인 손녀는 빈 시간이 거의 없다. 내가 보고 싶어 하니까 손녀는 학원 근처의 치킨집에서 만나자고 했다. 치킨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손녀는 손에 수첩을
[엄상익 칼럼] 실버타운 노인들의 수다..’어떻게 죽을까?’
2년째 되니까 깨끗한 천국 같은 실버타운의 은밀한 속살이 보인다. 어떤 노인은 “실버타운은 저승을 가는 대합실”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노인들의
[엄상익 칼럼] 재벌 회장은 행복할까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회장을 20여년간 개인비서로 수행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총명하고 자물쇠를 채운 듯 입이 무거운 엘리트였다. 신중하고 빈틈이 없었다. 야망이나 욕심도 스스로 자제할
[엄상익의 시선] 늙은 군인의 노래
꿈결에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산 옆에 암자같은 집들이 있고 그 안에서 염불을 하며 수행하는
[엄상익의 시선] “나는 위선자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사무장이 변호사실로 들어와 내게 말했다. “권투선수 출신이 나를 찾아와 두들겨 패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분노하면서 변호사님도 위선자라고 욕을 해요.” 나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엄상익의 시선] 벌거벗고 약점을 드러내다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 스스로 지옥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렸다. 왜 나라는 인간은 그랬을까. 군검사로 있을 때였다. 한 변호사를 볼 때마다 내 심사가
[엄상익의 시선] “만년에 잘 살면 인생 성공한 거라오”
노년을 혼자 방에서만 지내다가 요양원으로 옮겨 인생을 마감한 분이 있다. 목수이자 가죽세공 기술도 가지고 있던 그가 헛되이 살다 가는게 안타까웠다.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아는
[엄상익의 시선] 저 길, 걷고 싶다
쨍쨍 내려 쬐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 얼굴이 하얗게 바랜 그 노인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입으로
[엄상익 칼럼]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요즈음은 이따금씩 세상을 힘겹게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본다. 새벽 1시반에 지하철역을 청소하는 60대쯤의 여성이 보인다. 플랫폼 벽 아래 의자 주위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엄상익 칼럼] 어머니의 기도 “아들아, ‘진국’으로 살아다오”
틀어놓은 노트북의 화면 속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퇴직 여교수가 말을 하고 있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 힘들던 시절 도움을 받았던 사람을 기억하고 전화 한 통이라도
[엄상익의 시선] 안개와 함께 춤을
납빛으로 가라앉은 드넓은 바다 저편에 화물선 한 척이 유유하게 떠 있다. 바닷가에는 이따금씩 짙은 안개가 흐른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다. 옥계해변에 작은 단독
[엄상익의 시선] 한 승려의 떠나간 자리
한 젊은 의사가 내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한 스님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는 것이다. 유명세 탓인지 권력가 부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엄상익의 시선] ‘이게 나다, DNA’ 주신 조상님 감사합니다
자라면서 나는 위축 되고 주눅든 적이 많았다. 부자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별종의 인간 같았다. 어려서 공부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대학 나온 여자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