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나무가 먼저 도끼에 찍히고, 물맛 좋은 우물이 먼저 마른다 예술 인생에서는 대학 시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일류대학이면 어떻고, 삼류대학이면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Author: 배일동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백골징포’…판소리를 ‘노래’ 대신 ‘소리’라고 하는 까닭
단원의 그림이 그런 것처럼 판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흥부가’는 형제간의 우애를 다뤘다고 하지만, 자세히 곱씹어보면 작가의 의도는 정작 딴 데 있다. 놀부와 흥부를 내세워 조선 후기의 대지주와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어중간의 경계상에 있다”
일체의 모든 것은 경계상에 놓여있다. 경계를 크게 나눌 때 이쪽과 저쪽을 둔다. 이쪽과 저쪽 경계상에서 가운데는 과연 어딜까? 양쪽의 딱 중간이 가운데일까? 우린 이쪽과 저쪽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⑧] 묻고 또 물어 이치를 깨닫다
독공은 여러 법제의 소리를 성실하게 익힌 뒤, 깊은 산중이나 혼자만의 한적한 공부 장소를 찾아 배운 소리를 더 자세히 다듬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배일동의 소리 집중⑦] 수련 끝에 목이 활짝 트이다
“치곡(致曲)과 불식(不息)의 공이 득음의 명약” 바위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내 목이 트이면서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바위가 떨어진 게 조짐이었는지도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격물’···진실과 진리를 캐묻다
격물(格物)은 단순한 인식에 머무르는 공부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인 속성을 완벽하게 알아내는 공부 방식이다. 격(格)이란 사물이나 일의 격식이고 성격이고 품격이며 조격이고 격조다. 단순하게 책을 통해서 격을
[배일동의 소리 집중⑥] 꼿꼿이 서서 하루 8시간씩 5년간…
운수암의 체험 덕분에 이젠 산중이 낯설지 않고 내 집 같았다. 공부 방법은 운수암 시절과 같았으나 숙식은 한결 좋았다. 소리를 하려면 먹는 것도 중요하다. 채식만 하면
[배일동의 소리 집중⑤] 스승의 지도는 분명 옳았으나
산중에는 도 닦는 이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구도의 열정이 같은 터라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운수암 건너편에 북암이 있었는데, 그 암자에는 전통 무예인 기천무를 수련하는 도인이
[배일동의 소리 집중④] 소리의 힘과 뜻이 균형을 이루다
운수암에서 2년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폭포로 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있는 지리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알아본 바로는 뱀사골쪽 달궁이 여러모로 지내기 합당하여, 그길로 짐을
배일동 명창의 쓴소리 “실속 없는 교육프로그램에 내모는 대학”
예전 선비들의 대학지도(大學之道)를 보자! 재명명덕(在明明德)하고 재친민(在親民)하여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라 하잖던가. 밝은 덕을 더 밝게 닦고, 그 밝은 덕으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어 덕을 더욱 빛나게 하고, 마침내 지극한
[배일동의 소리 집중②] 아플 새가 없었다
6개월 정도 공부를 하니 목에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날이면 날마다 질러대는 바람에 늘 잠겨서 쉰 목이었으나, 6개월 정도 지나자 쉰 목에서 실 같은 소리가 간신히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독공獨功’과 ‘득음得音’
득음 경지에 오르려 소리를 갈고닦다 이동백 명창의 공부담에서 본 것처럼, 예전 명창들은 매우 이른 나이에 독공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 나이
[배일동의 소리 집중③] 껍질 하나하나 벗겨내야 찰진 씨알 만나듯
예술에서의 깨달음은 심수(心手)가 상응(相應)한 것이다. 몇 겹으로 포개진 옥수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어야 찰진 씨알들을 만나듯이, 절차탁마의 노고를 거쳐야 마침내 빛나는 성음을 얻을 수 있다. 노화순청(爐火純靑)은
[배일동의 소리 집중①]?”잠들기 전 두 시간은 독서를 했다”
나는 처음부터 산 공부 장소를 폭포로 택하지 않았다. 선암사 운수암으로 가기 전에 시험 삼아 지리산 고기리에 있는 폭포에서 한 달 정도 공부했는데 공력이 약해 기가
[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지극한 예술은 피눈물의 산물”
독공하면서 정말 무서운 것은 게으름이고,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헛된 망상이다. 이동백 명창은 소리하는 틈틈이 독서를 즐겼다고 한다. 그냥 심심파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