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소리 집중④] 소리의 힘과 뜻이 균형을 이루다

달궁 일동폭포에서 <사진 한성주> 

운수암에서 2년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폭포로 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있는 지리산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알아본 바로는 뱀사골쪽 달궁이 여러모로 지내기 합당하여, 그길로 짐을 싸서 달궁으로 처소를 옮겼다. 조계산이 수려하고 아기자기한 처녀 같은 산이라면, 지리산은 웅장한 기세가 마치 튼튼한 장년의 기골 같아서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짐을 옮겨온 그날 밤, 이곳에서 꼭 목을 얻어가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할 만한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이 골 저 골 찾아다녔다. 그리고 인적이 전혀 없는 골짝을 타고 올라가다가 일생일대 가장 운명적인 폭포와 경이로운 대면을 했다.

폭포는 높이 5미터 정도이고 움푹 들어간 둘레는 돌벽으로 둘러쳐 있어 기세가 짱짱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폭포 이름을 물었으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 후로 그냥 내 이름을 따서 우실하 선생이 일동폭포라고 지어 불렀다.

다른 곳을 둘러볼 것도 없이 공부 장소를 그곳으로 정하고, 폭포 주위의 나무를 구해다 널다란 평상을 짜서 본영(本營)을 마련했다. 평상을 다 짜고 나서 자리에 누웠더니 청설모 한 마리가 환영이라도 하는 듯 부산스럽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시작이 반이다!” 첫 마음이 중요하니 발심을 새롭게 세우고자 경건한 마음으로 간단히 제를 올렸다. “먼 데를 가려면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고, 높은 곳을 오르려 해도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처지를 한없이 낮게 다시 설정하고 정성껏 재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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