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소리 집중②] 아플 새가 없었다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노랑할미새 <사진 배일동>

6개월 정도 공부를 하니 목에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날이면 날마다 질러대는 바람에 늘 잠겨서 쉰 목이었으나, 6개월 정도 지나자 쉰 목에서 실 같은 소리가 간신히 비집고 나왔다. 새벽 4시부터 두 시간쯤 목 풀고, 아침을 먹은 뒤 8시에 다시 초막으로 가서 공부하고, 12시쯤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점심 후에는 공부하기가 매우 힘들고 노곤했다. 잠긴 목을 간신히 달래어 풀고 4시쯤 되면 점점 강도를 높여 두 시간 동안 사력을 다해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저녁 먹은 후에 7시쯤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목이 터져라 내지르며 공부했다. 그리고 내려와서 책 좀 보다 잠을 잤다.

운수암 시절에는 주로 음양오행이나 사서삼경, 동양 의학, 철학, 종교 서적 등을 읽었다. 이러한 독서는 모두 소리의 발성이나 호흡과 예술 정신을 바로잡는 데 소중한 공부가 되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 고역이었다. 몸도 몸이지만 꼭 이렇게 소리를 해야만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붓고 아린 몸을 간신히 일으켜 초막으로 가는 길은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 같았다.

그러나 소리를 하다 보면 또 심신이 새로워져 금세 괜찮아졌다. 참 몸서리나게 공부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하도 힘들게 하다 보니 아플 새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 공부는 특별한 날 빼곤 거의 꾸준히 이어졌다. 명절도 없었다. 오히려 명절날은 공부하고픈 의욕이 일어 소리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부하기 싫은 날은 등산을 하거나 초막에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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