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재주없는 필부에게 3년 공부는 새발의 피였다”

궁벽진 곳에 핀 ‘청노루귀꽃’ <사진 배일동>

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다 2

섣부른 어릿광대는 서너 푼의 재주로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 설쳐대지만, 먼 앞날을 생각하며 소리를 공부하는 악공은 함부로 나대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더욱 세련되게 연마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소리꾼들은 산 공부를 즐긴다. 어쩌다 방학 때 선생을 따라 잠깐 산에 다녀온 것은 유람이고 피서이지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진정한 공부는 백척간두에 서서 절절하게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고 스스로 묻고 찾아서 간절한 마음으로 절차탁마하는 게 진정한 공부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소리꾼들은 홀로 궁벽진 산속을 찾아 들어간다. 나는 독공을 조계산과 지리산에서 7여년간 했다. 처음에는 3년을 작정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그 세월로는 턱도 없었다.

그래서였던가, 공자의 애제자인 안회 같은 선지자도 공부의 끝없음에 이렇게 한탄했다.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아지고, 뚫으려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누나, 앞에 있는 줄 알았는데, 문득 보니 뒤에 있구나.” <논어>

참으로 멀고도 먼 기약 없는 길이다. 재주 없는 필부에게 3년 기한의 산 공부는 새 발의 피였다. 목을 틔우기는커녕 목 푸는 것도 3년으로는 가당치 않았다. 뭔가를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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