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일본공연, 온힘 다해 토해내니 여운이 남아

정희승 회장, 김예곤 회장, 그리고 참석 청중들이 렌즈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오후 2시~4시 일본 효고현 다카라쓰카시립국제문화센터(宝塚市立国際文化センター)에서 김동원 선생과 함께 판소리 공연을 했다.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정희승 회장님 후원과 김예곤 우미야마구미회사 회장님 주최로 참으로 뜻깊은 공연을 했다. 우리 교포들과 일본 분들이 많이 오셔서 잊지 못할 소중한 공연이 되었다. 공연할 때 공연자의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일동 판소리 명인, 오금 제일동포 무용가, 치에 박사, 김동원 선생(왼쪽부터)

소리꾼은 청중의 기를 받아서 자신의 소리를 내놓는다. 청중과 소리꾼이 밀고 당기는 기운이 흘려야 ‘소리판’이 ‘살판’이 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뜻이 가면 기도 온전하게 움직인다”(意之氣之)고 했다. 청중들께서 간곡히 들어주시니 공연자들도 온힘을 다해 토해냈다. 판소리는 온몸에서 피가 끓어 터져나오는 소리다. 하고 많은 인간세상의 고락을 소리를 빌어서 가슴에 미진함이 없도록 한바탕 토해내고 보면 일시라도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러한 공연은 흔하지 않다. 그날은 정말 온힘을 다해 토해냈더니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다.

호텔 앞 강변 벚꽃에 있는 꿀 따는 동박새

산은 저멀리 들판에서 바라보아야 산의 높낮이를 안다고 하듯이, 민족문화의 소중함도 먼 타국에서 보아야 그 진정한 가치가 보이는 것 같다. 고국에서는 일상의 흔하디 흔한 언어마저도 만리 타국에서는 천금같은 모국어이고, 동족도 소중한 가족과 매한가지인 듯하다. 한 소절 한 소절 가락을 내놓을 때마다 심신의 회한으로 가슴이 울컥한다. 일본에서 ‘조선 국적’으로 아직까지 살아오고 계신 동포들 모습을 대하면 순간에 가슴 아린 역사가 스쳐가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나 소리가 회오리친다.

백매화 핀 나무 사이로 반달이 떴다. <사진 배일동 명인>

그날 청중으로 오신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에 근무하는 치에 카미노(神野知惠) 박사님도 판소리를 듣고 감회가 깊었다고 한다. 그 분을 잠깐 만났지만 앞으로 한일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교류하면서 두나라 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의미를 새기면서 민제교류(民際交流)를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류(韓流)나 일류(日流)나 모두가 세류(世流) 속에 합류(合流)하는 것이 자연의 엄연한 이치이니, 두 민족 간의 문화정신과 철학을 함께 논의하면서 인류 문화 발전에 공영하는 것이 우리 같은 음악인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제가 3.1절인데 여러모로 감회가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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