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독공獨功’···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다

‘꿩의 바람꽃’ <사진 배일동>


독공은 독선…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독공(獨功)이란 소리꾼이 선생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더욱 정밀하고 자세하게 닦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독특한 덧음을 만든다. 덧음이란 소리꾼이 기존에 전승되어온 사설과 음악 등에 새롭게 짜 넣은 판소리 대목을 말한다. 특정 소리꾼이 다른 소리꾼보다 월등히 잘 부르는 대목을 지칭하기도 한다. 더늠이라고도 부른다.

즉 독공은 덧음을 만들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 명창들에게 독공은 반드시 거쳐야 할 소리 공부의 기본 과정이었다. 선생도 제자를 굳이 자기 문하에 오래 잡아두지 않았고, 기본만 갖추면 바로 내보내 독공을 통해 본인의 소리를 찾기를 바랐다.

요즘도 독공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니다. 대개 못해도 석달 열흘은 기본으로 독공에 들어간다. 내가 아는 소리꾼들도 독공을 많이 했다. 요즘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에서 5년씩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것은 진정 소리를 좋아하고 성음을 얻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독공은 소리꾼이 겪어야 할 필수과정이라 해서 그냥 가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뭔가를 얻어내고 캐내기 위해서 발심을 내어 적적한 무인처에 초막을 짓고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다.

소리는 먼저 자신이 감동하는 성음이 나와야 듣는 사람도 만족한다. 그 소리를 얻기 위해 궁벽진 산속에 칩거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예술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다. 즉 남에게 보이기 전에 내 가슴에 먼 저 선을 보이고, 스스로의 영감으로부터 인정받아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야 널리 이롭게 된다.

나 자신의 지성과 인격을 위해 학문을 하듯이, 예술도 그 재주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독선기신(獨善其身)이라고 했다. 홀로 수신(修身)하면서 잘 닦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독공은 독선 (獨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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