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총장(總長)이란 직형(職銜)은 권위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참모총장이다. 국방부장관, 합참의장이 있지만 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함은 참모총장이다. 다음은 검찰총장이다. 사법고시를 보고 법원에 가는 사람은 대법관을 바라보는 것이 정상이지만 검찰로 가는 사람은 검찰총장이 꿈이다. 다음은 대학총장이다. 지방자치 이전에 지사는 차관급인데 국립대학교 총장은 장관급이었다.

참모총장의 권위도 한결같지 않았다. 하나회 시절에 참모총장이 인사안을 들고 수경사령관을 찾아간 때가 있었다. 참모총장이 혐의가 있다고(있는 것 같다고 하여) 보안사령관이 통수권자의 승인도 없이 계엄사령관을 습격해 구속하였다. 모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추징금을 낸다고 하면서 꾸물대는 전두환을 보면서 한때 장량(張良)을 자처하던 장세동, 허화평이 그 정도인가 하고 웃음이 나온다. 육사출신 가운데 전두환 무리들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총장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윤천주 총장부터다. 총장이 임명하는 학도호국단 단장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행세를 하던 시대가 있었다. 한낱 웃음거리였을 따름이다. 그동안 총장 직선제라는 기괴한 제도가 있었다. 부산대학교 총장이 비리로 구속되어 10년 형을 받았다. 문자 그대로 비리백화점이었다고 한다. 총장선거에는 숫자가 많은 의대 교수와 명문 고등학교 출신이 유리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대학총장을 뽑아서야 되겠는가?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을 나와 새뮤얼슨의 <Economics>에 버금가는 <경제학원론>을 조순 교수와 함께 저술한 대표적 경제학자인 정운찬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지낸 것은 격에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총리로 징발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 정치인들은 학자들을 대우할 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시대 박종홍 선생을 청와대로 들어오게 한 것이 대표적 잘못이다.

시험을 보아서 하면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박찬종 변호사는 “검찰총장은 무엇보다도 흠결(欠缺)이 없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자신 검찰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면서 정치인으로서는 검찰의 탄압을 받아 누구보다도 검찰의 실태를 잘 아는 사람으로 바람직한 검찰총장 상(像)을 정확히 지적하였다고 하겠다. 검사로 임관하여 검찰총장이면 그만이지 다시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등을 바라보는 것은 유치하다. 검찰총장은 사헌부 대사헌(司憲府 大司憲)이다. 홍문관 대제학, 사헌부 대사헌, 사간부 대사간은 대표적 청요직(淸要職)이다. 검찰총장 국정원장 국세청장이 권력기관이라는 것은 한국의 헌정질서가 아직 멀었다는 증좌다. 미국에서 IRA, CIA, FBI의 장이 어찌 권력기관장인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감찰을 받고 있다. 사상초유의 사태이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평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장관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정무직이다. 법무부장관은 관료의 사다리를 올라온 검찰총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어디에 있나? 대통령? 재벌? 아니 관료다. 그중에도 사법관료 검찰과 돈을 움직이는 MOFIA다. 우리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료 자체가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료는 어디까지나 국가를 운영하는 도구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추호도 흐트러짐이 없게 처리하여 헌정(憲政)의 기본을 명확히 잡아줄 것을 기대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요 권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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