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해병대 제 목소리 내야 ‘육해공 균형발전’
미국의 군대(the armed forces)는 육해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특유의 제복이 있으며 사관학교가 있다. 국방부장관이나 통합군사령관이 연설할 때는 soldiers, sailers, marines, air men을 반드시 각각 불러준다.
해군과 해병대의 오래된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처럼 4군체제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통합과 합동을 위하여 나아가는 추세에 완전히 역행이다. 능률과 경제를 위하여서는 국군의 헬기는 모두 통합하여 운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공군의 탐색구조 헬기도 공군에서 따로 운용하지 말고 항작사에서 운용하고 해병 6여단도 항작사로 통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잠초계기는 특별하다고? 그렇다면 공격 헬기와 수송 헬기도 상당히 다르니 대대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헬기사령부, 수송헬기사령부를 두어야 할까?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그런데 말이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것이 이밖에도 또 있다.
해군은 해병대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서 과욕을 부린다고 한다. 해병대가 해병장교만으로 구성, 훈련된 상당 규모의 해병항공부대를 갖겠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다. 해군이 대양함대라는 큰 그림을 그리듯이 해병대는 ‘from the horizon’ 즉 공지기동군을 선망한다. 공지기동 해병대는 해병대의 장기 발전방향으로는 맞다. 그러나 그 규모와 구성은 우리의 작전 환경과 임무에 맞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미군은 세계를 상대로 작전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미해병대는 미국의 창끝이다. 중국이 항모를 갖겠다고 하는 것이나 한국이 공지기동 해병대를 갖는다는 것이나 뱁새가 황새를 좇아가는 것이다. 미해병대는 아직도 인천상륙작전의 영광을 열망하고 이를 위해 편성 준비되어 있다. 미해병상륙군의 항공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전 공군전력과 맞먹는다. 이러한 성격과 편성의 해병대는 오직 미국만이 필요하며, 그리고 미국만이 감당할 수 있다.
포클랜드 작전에서 영국의 Royal Marine은 그 역할을 훌륭히 보여주었다. 영국 해병대는 보병 위주의 3개의 commando에 불과하다. 필요한 야전포병, 방공포병, 공병 등은 육군에서 지원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보유한 전통의 두 개 사단 규모의 해병대 체제를 버리고 굳이 영국을 그대로 본뜰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 해병대도 미해병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영국 해병대와 같이 자기의 임무와 능력에 맞는 편성과 장비를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 3MEF(Marine Expedition Forces) 사령관이 주겠다는 헬기는 우선 해병대가 인수하는 것이 맞다. 다음에 항작사나 해병 6여단에서 보유하되, 해병대에 작전배속을 주어 작전과 훈련에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어야 한다. 해병대 자체로 항공부대를 보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해병대에 줄 수 없다는 것은, 냉정히 이야기하면 ‘논점 이탈의 오류’다.
우리 해병대는 해군보다도 더 크다. 서북도서 방위는 현재 우리 해병대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모든 편성과 장비, 교육과 훈련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기준(基準)이다.?이러한 재정(裁定)을 하는 것이 국방부장관이요 합참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