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원수’ 반열에 오른 장군···김홍일과 백선엽

원수(元帥)가 어떤 존재인 줄 아는가? 러일전쟁에서 원수가 된 장군들을 찾아다니는 생도가 있었는데 그 별명이 삼원수(三元帥)라 불렸다. 사관생도로서 하늘같은 원수들을 찾아본다는 것이 너무도 엄청나게 보였던 것이기에 붙인 이름이다. 이것이 원수다. 즉 원수란 군인으로서 입신의 경지에 든 군인을 일컫는다. 영국의 몽고메리, 독일의 롬멜, 미국의 맥아더, 소련의 주코프, 일본의 도오고 헤이하치로 등 최고의 경지에 오른 군인에게 주어지는 계급이요, 칭호가 원수다.

일본에서는 천황의 최고 군사고문인 원수부(元帥府)에 든 육해군 대장들을 원수라 불렀다. 따라서 정확히는 원수 육군대장 오오야마 이와오, 원수 해군대장 도오고 헤이하치로 등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은 조선인민민주공화국 원수고, 이을설은 조선인민군 원수다. 나치 치하에서 괴링이 국가원수로서 군의 원수와 구별되는 것을 흉내낸 것이다.

국군에서 원수의 반열에 오른 분은 없다. 앞으로도 좀처럼 없을 듯하다. 원수는 반드시 치열한 전쟁을 통하여만 나오는 것인데 앞으로 6·25전쟁과 같은 대전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김홍일 장군을 오성장군(五星將軍)으로 불렀다. 한강선 방어로부터 낙동강 방어선에 도달하기까지 시흥지구전투사령관, 1군단장으로 천금 같은 시간을 번 김홍일장군의 작전지도는 가히 경각에 걸린 대한민국의 운명을 구하였다. 장군이 군을 떠날 때 이승만대통령은 김홍일 장군의 전공을 기려 오성장군이라는 휘호를 내렸다. 마땅히 원수가 되어야 하나 국군에 원수 계급이 없으니 이로써 그 전공을 치하한다는 뜻이었다.

백선엽 장군은 전공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6·25전쟁 최고의 장군이다. 대구를 사수한 다부동 전투, 북진간 평양 선두입성, 휴전직전 금성전투 등 백장군의 역전의 전공은 실로 발군이다. 휴전 후에도 국군 10개 사단 증강, 야전군사령부 창설 등 군정에서도 백선엽장군의 자취는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마련해 낸 주역은 이승만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우리 국민과 역사는 이 두 분께 감사해야 한다.

원수는 전공(戰功)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김홍일 장군과 백선엽 장군은 인품으로도 전형이다. 이 분들의 정직, 성실, 온화, 강인한 인품은 난초요, 매화요, 대나무요, 국화다.

국군에서 원수로 받들 만한, 생존해 있는 장군은 백선엽 장군뿐이다. 한때 명예원수로 모신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시들해진 것 같다. 군미필자가 태반인 현 정부에서 이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아니 국방부에서 이를 제대로 추진하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총장, 장관들도 백선엽 장군의 공적과 위상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드문 듯하다. 오히려 미군들이 ‘한국전쟁의 영웅’이라고 열광한다.

그러나 공식 추대가 무어 대단하랴. 백선엽 장군은 우리들 마음 속에 이미 원수이다. 백선엽 장군은 군의 김수환 추기경이요 한경직 목사요, 성철 스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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