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육사 기강, 문제는 교관이다

육사가 흔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크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항상 있어 왔다. 1950년대 초 육사에 들어온 생도가운데는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둔 생도도 있었다. 요사이 3금의 제약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개반구저기(皆反求諸己)’의 자세로 자신을 돌이켜보고 ‘과즉물탄개(過卽勿憚改)’의 의지로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3금은 규율이다. 명예제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명예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직은 인간의 기본덕목이며 신사의 기본이다. 때문에 명예제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3금이다. 술 담배 여자에 노출되지 않은 채로 사관학교에 입교한 생도들에게는 3금이 별로 괴로울 것이 없다. 사관생도는 휴가나 외출 중에도 문밖을 나갈 때에는 정복을 착용해야 한다. 정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누구라도 술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생도가 휴가나 외출 중 사복을 입을 수 있게 하면 3금을 어길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사관생도에게 정복은 신부나 수녀의 수도복과 같은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생도들이 태국에 가서 사복을 입고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일탈이 생기는 것이다.

1980년대 미 육사도 이런 진통을 겪은 때가 있었다. 미국은 당시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UER: Supreme Allied Command Europe)을 지낸 굿패스터 대장을 현역 중장으로 육사교장에 임명해 웨스트 포인트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바 있었다. 우리 육사도 이런 획기적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교육기관에서는 교장이 중요하다. 1950년대 말 서울고등학교에서 육사에 진학한 학생이 많았던 것은 6·25 이후 모든 것이 황폐 불비한 여건하에서 육사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시키는 유일한 대학이라고 확신한 김원규 교장의 영향이 컸다.

무감독 시험 등 획기적인 교육방법으로 전국 최고 고등학교의 반열에 든 제물포고등학교에 길영희 교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교사는 교장(principal)의 지도력하에 학생들을 지도한다. 교장은 교사들의 관리 자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이며 교사는 교장의 분신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육사가 4년제로 재개교하면서 교장으로 안중근 의사의 생질인 광복군 출신의 안춘생 장군을 임명하였다. 안춘생 장군은 첫 하기식에서 선조들이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하였던가를 주지로 훈시하였는데 생도들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교장 이하 교관 훈육관은 생도들과 대부분 ‘소가 건너간 물에 끓인 국’이란 우스개소리에서 나온 황우도강탕(黃牛渡江湯) 중식을 함께 먹었다. 조순 황찬우 이기백 등 학계와 사회의 지도자가 된 많은 분들이 육사를 거쳐 갔다. 생도들은 교장과 교관들의 순수와 열정에 감화되어 열정에 불탔다. 육사의 전통과 명예는 이들에 의해 이룩된 것이다.

오늘날 육사에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은 많다. 그러나 젊은 생도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진정한 스승들이 얼마나 있는지 우려스럽다. 연병장에 앉아 생도들과 술판을 벌이는 교관들은 큰 아해(兒孩)다. 이들 교수들도 결국은 교장이 이끌고 훈육하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각별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시류가 아니고, 생도도 아니며 교육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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