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스님, 고은시인, 노소영관장…’중동언론인’과의 이색 만남
중동 언론인 3박4일간 조오현스님, 고은시인, 김학준이사장, 노소영관장 등 만나 ?
아시라프 달리 등 중동언론인들은 10월 29일~11월1일 방한 기간에 신흥사 조실 오현스님, 고은 시인, 아시아기자협회 김학준 이사장,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 에너지기술평가원 안남성 원장 등을 만났다. 한국의 명사답게?이들은 중동 지역에서 온 이방인들을 정중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두팔 벌려 환영했다. 만남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산 오현 큰스님이 라드와(21, 이집트)의 안경이 예쁘다며 벗기고 있다. 내복 위에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는 오현스님의 모습이 정겹다.
1일 찾은 만해마을은 겨울이었다. 오현스님은 삶의 진리를 구하는 이들에게 “80년 인생동안 너무 많은 말을 했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너무 많은 것을 봤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따뜻한 손과 눈빛으로 방문자들 한 명 한 명 챙기며 “언제 가노. 점심 먹고 가라”고 했다.
스님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웃음이 나온다. 스님은 우리 모두 어린아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스님을 처음 본 아시라프 달리는 “Wise and Fun”이라고 인상을 전했다.?오현스님은 ‘아득한 성자’의 시인이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백담사 회주를 맡고 있다.
온 몸에 사랑을 담아 오현 스님을 껴안은 이방 여인 나즈와. 나즈와(65)는 시리아에서 태어나 요르단에서 살고 있다. 무슬림이면서도 동양의 문화, 특히 선과 불교에 관심이 많은 그는 스님의 말씀을 집중해 들었다. 글쓰기와 암환자 위로 봉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작년에 맞은 한국 며느리는 현재 캐나다 벤쿠버에 살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녀 이름이 ‘하나'(Hana)라고 소개하며 연신 싱글벙글한다. 하나는 아랍어로 ‘축복받는(Blessing)’을 뜻하기도 한단다.
오현스님은 만해마을을 찾은 중동 언론인들에게?한국 지폐를?쥐어 주었다. 시골 할아버지댁에 놀러간 손자들에게 주는 용돈 같았다. 스님은 “받는 당신들보다 내가 더 기쁘다”고 했다.
오현스님은 또 “세계 여러 나라를 가면 화려하고 웅장한 신전, 절, 사원, 교회들이 있는데 그 건물을 지은 사람은 하층민의 사람들과 시주를 한 사람들이지 절의 중, 교회의 목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역사는 진짜인 그들을 제외하고 있다”며 “이곳 만해마을 역시 많은 노동자들의 노력과 돈을 기부한 여러 사람들 덕분이지 내가 지은 게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터키 시인 메틴과 고은 시인의 만남.
고은 시인이 터키인과는 가슴을 치며 인사하는 거라며 메틴(52)의 가슴을 힘껏 두드렸다. 메틴은 살짝 놀랐다. 중동 언론인들은 10월31일 파주출판단지 아시아문화출판센터에서 고은 시인을 만났다. 아시라프 달리 아시아기자협회 겸 아시아엔?중동지부장이 아랍어로 번역한 고은 시인의 시집 ‘One Thousand Lives’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문학인이며 기자인?아시라프 달리는?”고은 시인의 어린 시절, 또 그가 살아왔던 한국 사회에 관해 재서술한 그의 한국 생활 방식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메틴이 화답하는데, 그도 세게 치지 않을까?살짝 긴장한 고은 시인. 터키 시인 메틴은 아랍시집 35권을 터키어로 번역한 아랍전도사다. 본인도 시집을 7권 냈다. 시인끼리는 가슴으로 통한다.
아시라프 달리는 아시아기자협회?김학준 이사장에게 ‘아시아엔 아랍판 런칭’ 축하메시지를 영상으로 받았다. 10월30일 서울 혜화동 성균관대 앞 이란식당 ‘페르시안 궁전’에서 김학준?이사장(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중동 언론인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김 이사장은 중동 지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이집트, 오만, 터키, 튀니지, 요르단, 모로코에서 온 이들의 무한 호감을 샀다.
31일 오전 ‘아트센터 나비’를 찾은 중동 언론인들은 노소영 관장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랍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한 노 관장은 “아시아기자협회, 아시아엔이 큰 일을 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도 세계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최근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키우겠다며 장충동에 ‘통섭 인재 양성소’인 ‘타작마당’을 열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엘랄람 모로코 작가협회장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참 사장은 키가 195cm는 넘어 보였다. 이 사장은 “이제 한국, 특히 서울은 할랄식당, 이슬람사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중동 사람들이 와서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도시가 돼 가고 있다”며 이달말에는 중동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북이 발간된다고 전했다.
안남성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1일 서울 명동 아랍식당 ‘샤프란’에서 중동언론인들과?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아시라프 달리 지부장에게 “에너지기술평가원장 명예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즉석 제안했고, 달리도 흔쾌히 받아들이며 따뜻한 공감의 대화를 이어갔다.
안 원장은 한국의 에너지 기술 소개 및 11월 8~9일 일산 킨텍스에서 ‘2012 대한민국 에너지 R&D 성과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