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터키인, 튀니지인, 한국인이 소통하는 방법
터키친구 메틴 이야기
10월29일 한국을 방문한 중동언론인 7명 가운데 터키에서 온 메틴 핀디키(Metin findikci)와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소통이 반드시 언어로만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메틴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7명 중 가장 영어를 못합니다. 누군가 아랍어나 터키어로 번역을 해줘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기자는 영어를 못하는 그가 왠지 반가웠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요? 그의 나이는 50대 초반. 직업은 시인 겸 번역가입니다. 터키에서 출판한 시집이 7권, 번역시집이 30여 권입니다. 아랍시를 터키어로 번역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30일 아시아기자협회가 개최한 포럼에서 그는 “오랫동안 아랍어를 터키어로 번역하면서 느끼는 것은 터키를 비롯해 아랍시의 많은 주제가 전쟁”이라며 “더 이상 전쟁과 관련된, 전쟁의 정서가 묻어나는 시는 번역하고 싶지 않다. 이제 평화를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혁명기에 터키에서 태어난 아랍시 번역가로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메틴은 모로코 작가협회장 압데라힘 엘알람과 더불어 음식을 가리지 않는 아랍인이었습니다. 술도? 잘 마셨습니다. 엘알람과 메틴에게 무슬림이냐 물었더니, 내일 아침 다시 한 번 물어 봐 달라고 했습니다. 메틴은 술잔과 눈빛으로 우리와 소통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기자와 이상기 아시아엔 대표는 방한 첫날에 이어 둘째 날도 그와 술을 나눴습니다.
주종은 소주와 막걸리. 영화배우 숀코네리를 닮은 메틴은 우리가 주는 막걸리와 소주를 잘 마셨고 우리도 그와 함께 원샷을 했습니다. 통역은 터키에서 공부를 한 김판 아시아엔 인턴과 모르코 작가협회장 엘알람이 도와줬습니다.
우리는 즉석에서 아랍어에서 파생한?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다루’. 이 말에 우리는 좋다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외에도 할 말을 잃었을 때, 한 마디 끼어들고 싶을 때, 모두 ‘하다루’를 외쳤습니다.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말의 ‘거시기’ 같기도 했습니다.
메틴은 술잔을 기울이는 중간중간 멋진 파이프 담배를 물었습니다. 영화배우 같은 얼굴에 파이프담배가 무척 잘 어울리더군요. 검정색 골덴 상의에 빨간 스웨터도요. 우리는 호기심에 그의 파이프 담배를 빌려 피웠습니다. 파이프 담배가 탐이나 국산 담배 두 갑과 교환하자고 진담어린 농담을 건넸습니다.
메틴은 터키에 돌아가면 똑같은 파이브 담배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파이프 담배를 뭐라고 부르냐 했더니 삐뿌(PIPU)랍니다. 담배가루 지갑도 멋져 보여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안에 초코렛 향이 나는 담배가루가 가득합니다. 아, 삐뿌의 재를 털어내는 기구도 처음 보는 것입니다. 파내고, 긁어내고, 꾹꾹누르는 기구입니다. 연초주걱이라고 하네요.
술 한 잔을 기울이고 파이프 담배를 돌려피다, 문득 그의 가족사가 궁금했습니다. 두 유 해브 도어터 오어 선? 엘알람이 아랍어로 그에게 다시 묻습니다. 없답니다. 그럼? 결혼을 하지 않았나요? 아니, 이혼했어. 아, 그래요. 그리곤 그는 “여자 친구가 많다”며 유쾌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곤 우리는 잠깐의 음담패설을 나눴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술자리는 진지한 주제로 시작해 결국 이런 시시껄껄한 이야기로 귀결됨을 확인했습니다.
이상기 대표 스타일의 탑주, 쟁반주를 끝으로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메틴은 기자와 양쪽 볼을 비비며 헤어지는 인사를 나눴습니다. 세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스킨십 소통의 강렬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좀 더 가까워졌고, 내일 더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세대도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