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기차’ 운동 펼친 만해대상 수상자 압데라힘 엘알람

압데라힘 모로코작가연합회장이 오현 스님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김남주>

“아랍-아시아 잇는 문화소통의 다리가 되고 싶어”

2013년 만해대상 실천부문 수상자 압데라힘 엘알람(Abderrahim El Allam?50)은 모로코 사람이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권이다. 아시아기자협회(AJA) 인터넷매체 ‘아시아엔(The AsiaN)’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압데라힘을 쿠웨이트 알아라비 포럼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가을 아시아엔 아랍어판 창간 준비를 위해 중동지역 언론인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에서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을 만났다. 처음에 그는 오현 스님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는데, 이야기 도중 점점 앞으로 다가갔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그는 오현 스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었다.

“대시인이기도 한 오현 스님을 존경하게 만든 것은 그의 문학적 명성이 아니라, 내가 그 분의 말씀 앞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겸손하고 꾸밈없이 우리에게 깊은 정을 보여주셨다.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그 분 손에 존경의 키스를 해드렸다.”

그는 오현 스님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오현 스님에게서 역사 속 훌륭한 사람들의 성정을 모두 갖춘 분의 모습을 느꼈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책 나눠주며 독서 운동

작가이자 문학비평가인 압데라힘은 모로코작가협회(Morocco Writers Union) 회장이다. 그는 모로코에서 책읽기 운동을 펼친 공로로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책 읽는 기차(Reading Train)’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모든 기차역에서 승객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책읽기와 글쓰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그가 교육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시절 휴일마다 미들아틀라스 마을(Middle Atlas villages)에서 교사로 일하던 형을 찾아가곤 했다.
학교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나는 마을 학생들을 모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해줬다. 마을 사람들이 고마워 하며 나를 천사라고 불러줬다.”

모로코 중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수도 라밧(Rabat)에서 대학교육을 받으면서 모로코에서 처음으로 학생문화협회를 만들었다. 문학전공 학생들이 모여 언어와 문학을 연구했다. 이 무렵 그는 <소설 텍스트의 의미(The Being of the novel’s text)>라는 첫 문학비평서를 출간하게 된다. 이후 아랍 시인 모함마드 다르위시(Mohammed Darwish), 시리아 소설가 한나 미나(Hanna Mina), 프랑스 철학자 로제 가로디(Roger Garaudy) 등에 대한 평론을 모로코, 이집트, 레바논 등지에서 잇따라 발간하며 문예비평가로서의 입지를 쌓아 나갔다. 특히 198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이집트 작가 나기브 마푸즈(Naguib Mahfouz)에 대한 비평서는 이집트출판협회에서 발간된 뒤 큰 호응을 받았다.

“모로코에서 표현의 자유는 다른 아랍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모로코 지식인들은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창의성은 중요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모로코작가협회는 1960년대 초 만들어졌다. 처음엔 마그레브(Maghreb, 북아프리카 5개국) 지식인들을 한 데 모아 문화기구를 만들고 싶었지만 어려움이 많아서 모로코에서 먼저 출범했다고 한다. 이 때 창간한 문화잡지 <AFAQ>는 모로코의 문화적 위상 확대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방향을 찾아 나가며 아랍의 민주문화를 확장시켜 나갔다. 압데라힘은 2008년 회장으로 당선된 이래 전국 콘퍼런스, 신인·여성작가 지원, 독서캠페인 등을 펼쳐왔다. 그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며 소통을 늘려 나가는 것이 지속적 과제”라고 말했다.

압데라힘이 지난 2010년 모로코 문화인들과 함께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압데라힘>

“한국은 오래 전부터 알던 나라 같아”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그는 “모로코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나의 조국 모로코가 정치, 문화, 사회적 개혁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다름없다. 대내외적으로 모로코의 문이 활짝 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 문은 평화와 민주주의의 세계로 뻗어나갈 길이다. 만해상이 세상의 평화를 지키려 애써온 선구자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 문화 운동을 게을리 할 수 없음을 다짐하게 됩니다.”

올해 만해대상 시상식은 8월11일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시상식 참가를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압데라힘은 한국을 이렇게 기억했다. “어떤 특별한 소속감과 애정을 느꼈다. 인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문명과 교양 속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한국인은 인간적 가치와 문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 같다는 느낌이 절절했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시아기자협회와 ‘아시아엔’은 쿠웨이트 ‘알아라비 매거진’에 이어 아랍권에서 두 번째로 모로코작가협회와 제휴를 맺었다. 이런 활동은 아랍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 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의 꿈은 뭘까. “나는 내 삶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문학에 대한 성취도 이루고 싶고, 협회활동도 영역을 넓혀가려 한다. 다른 문화권에 모로코를 알리고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다. 그렇게 소통해 나감으로써 세상이 관용과 평화,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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