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만해대상] ‘십시일반’ 쌍용차 해고자 모금 캠페인에 ‘특별상’
올해 만해대상 특별상을 받게 된 ‘손잡고’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부과된 손해배상금 47억원을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눠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한 시민 캠페인이다. 올해 초 한 시사 잡지에 배춘환씨가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47억원이 된다”는 편지와 함께 ‘일하는 남편의 아내, 애 키우는 엄마,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자로서 보내는 돈’ 4만7000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시작됐다.
2월엔 ‘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잡고'(손잡고)라는 시민사회 기구가 출범했다. 또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모금도 시작됐다. 연예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모금은 확산됐다. 6월 17일 현재 4만7222명이 참가해 14억6869만원이 모였다.(조선일보 7월7일자 보도)
다음은 ‘손잡고’ 노란봉투 캠페인 추천 사유.
올해 초 시사잡지에 한 여성이 편지를 보냈다.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가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펜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저희는 양가 부모님께 500만원만 도움을 받은 채 사실상 맨주먹으로 2008년에 결혼했습니다. 카드 할부로 혼수도 장만하고, 부끄럽게도 그 나이에 2000만원밖에 모으지 못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신접살림을 시작했지요. 맞벌이를 하고 해외는 커녕 국내 여행도 한 번 안 가는데도 부모 도움 없이 이 땅에서 생존이 가능한가를 늘 자문했답니다. 저의 본론은…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하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만7000원부터 내주실 수 있나요? 나머지 9만 9999명분은 제가 또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다른 9만 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
편지의 주인공 배춘환씨는 “일하는 남편의 아내로서, 애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자로서 보낸 돈”이라며 4만7000원을 봉투에 넣어 편지와 함께 보냈다. 그런데 그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편지를 읽은 많은 이들이 4만7000원과 편지를 보내며 기부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2월엔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기구가 출범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생존을 위협받는 노동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모금도 시작됐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다. 2014년 4월30일까지 4억 7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다.
이때 제주도에 사는 가수 이효리씨가, 모금을 대행하는 아름다운재단 사무실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손글씨로 직접 쓴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지난 몇 년 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000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액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한 여성의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이 편지는 한 시사 주간지에 소개된 뒤 누리꾼(네티즌)의 큰 반향을 얻었다. 그가 편지와 함께 보낸 봉투에는 4만7000원이 들어 있었다. 이효리씨의 편지 이후 모금액은 순식간에 2억원을 도파했고 2월22일 현재 모금액은 3억8000여만원, 목표액의 80%를 훌쩍 넘겼다. 이효리씨는 4만7000원이 아니라 100만원, 혹은 1천만원도 보낼 수 있을터였지만 4만7000원을 보냈고, 이 부담 없는 금액이 많은 이들의 동참을 불러왔다. 사회적 연대와 참여의 마중물이 된 것이다.
이어 노엄 촘스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도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 ‘노란 봉투 캠페인’ 기부금 47달러를 보내왔다. 영화감독 임순례씨와 배우 김부선씨, 만화가 강풀씨와 주호민씨, 프로레슬러 김남훈씨 등 유명인의 동참도 이어졌다. 미국에서 유학중인 우주인 이소연씨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50달러를 보내왔다.
시민들의 손길도 계속 이어졌다. 17개월된 딸이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한시민은 “아이가 완쾌해 살아갈 세상은 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며 모금에 참여했다. 한 6살 어린이는 자신의 전 재산인 2500원을 봉투에 담에 보냈다. 4만7000원어치 우표를 보낸 교도소 수감자도 있었다.
이와 함께 60여개 출판사의 모임인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와 인터넷 서점 알라딘도 책을 구매할 때마다 독자와 출판사가 책값에서 470원씩, 모두 940원을 ‘노란 봉투’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10만명이 4만7000원씩 모아 손배와 가압류에 대응하자는 ‘노란 봉투 캠페인’에는 5월12일 현재 2만5403명이 참여해 13억 7193만원이 모였다. 지난 5년간 해고자와 그의 가족 25명이 숨을 거뒀다. ‘해고와 손해배상’이라는 이중의 압박이 거둬 간 생때같은 목숨이었다.
‘손잡고’는 최악의 상황으로 밀려난 약자들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연대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통인 사회적 부조의 미덕을 살려내는 일이자 만해 사상의 21세기적 실천이라 생각된다. 자발적 참여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가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격려와 응원을 받을 만한 이유다.
이에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손잡고’의 노란봉투 캠페인 동참 시민들(배춘환 씨 외)에게 만해대상 특별상을 주어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