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만해대상] ‘행동하는 양심’ 영광의 꽃다발
위안부 할머니들 공동체 ‘나눔의 집’ 등 2014 만해대상 수상
일제강점기 민족운동가이자 종교인·사상가·시인으로 활동한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삶과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제정된 만해대상은 평화·실천·문예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2014 만해대상’ 수상의 영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동체인 ‘나눔의 집’(만해평화대상), 이세중 변호사(만해실천대상), 이집트 작가 아시라프 달리, 이란 영화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서예가 윤양희씨(이상 만해문예대상 공동 수상)에게 돌아갔다. 또 특별상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손잡고’의 노란 봉투 캠페인이 선정돼 수상했다.
10대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은 1992년 6월 ‘나눔의 집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돼 그해 10월 서울 서교동에서 처음 개관했다. 이후 명륜동과 혜화동을 거쳐, 1995년 12월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를 잡았다. 나눔의 집에는 80대 후반~90대 초반의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모여 살고 있다. 숙소 앞에는 이곳에 살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한 뒤 한국과 일본의 다음 세대가 평화롭게, 친하게 지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올해 만해대상 특별상을 받은 ‘손잡고’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부과된 손해배상금 47억원을 십시일반 나눠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한 시민 캠페인이다. 올 초 <시사 IN> 배춘환씨가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47억원이 된다”는 편지와 함께 일하는 남편의 아내·애 키우는 엄마·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도 아낀 돈 4만7000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것에서 시작됐다. 이효리씨 등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면서 모금은 확산됐다.
윤양희(72)씨는 현대 대표 서예가로 교사 생활을 거쳐 서예교과서 개발에 앞장섰다. 한국미술협회 서예분과위원장과 계명대 교수를 지냈다. 대한민국 지폐에 새겨진 ‘한국은행총재’가 그의 글씨다.
실천대상 수상자인 이세중(79) 변호사는 1956년 법조계에 입문해 1963년 변호사로 전업한 후 평생 시민사회운동에 투신했다. 인권변호사 1세대인 그는 1970년대 중반 긴급조치 1호 때부터 ‘민청학련사건’ ‘김지하 재판’ 등에서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위해 무료변론에 나섰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의 시민운동을 이끌었다.
만해상 역대 수상자로는 평화부문에 넬슨 만델라·달라이 라마·김대중 전 대통령·시린 에바디·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김성수 성공회 주교·김지하 시인·이동건 국제로타리클럽회장·김순권 박사·고 조영식 경희대 총장 등이 있으며 문예상은 월레 소잉카·이어령·황석영·고은·신경림·조정래·로버트 핀스키(미국 계관시인)·모옌(노벨문학상 수상자)·임권택 감독 등이 선정됐다. 실천상은 박원순 서울시장·리영희·이소선(고 전태일 어머니)·르네 뒤퐁 주교 등이 수상했다. 아시아기자협회는 2007년 네팔기자연맹·2009년 시린 에바디(이란 변호사, 2003노벨평화상 수상) 2011년 아누라다 코이랄라·2012년 아키라·페트라 귤렌(터키 교육운동가)·2013년 앱더라힘 엘 알람(모로코 작가) 등을 추천한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