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한국기자들에게 던지는 노스님의 일갈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17일은 한국기자협회 51살 생일이었다. 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박종률 회장은 한국언론의 자화상에 대한 자성을, 황호택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겸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언론난립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대책 촉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언론자유 침해를 개탄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덕 문체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협회의 역할과 과거 행적을 축하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적절한 멘트였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건배사를 하며 ‘파리와 정치인의 두가지 공통점’을 이렇게 말해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신문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게 그 하나고, 불만 보이면 몰려드는 게 그 둘이다.” 불은 카메라 불빛으로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정치인 속성을 비유한 것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의 건배사도 독특했다. “기자협회와 기자들 승승장구하길 바라는 뜻에서 ‘승승, 장구!’라고 하겠다”며 “(경상도 출신인) 정의화 의장, 김무성 대표는 승승 발음이 잘 안 되면 ‘성성’으로 해도 된다. 여성부는 여성과 남성 양성 모두의 승승장구를 위해 일한다”고 했다.
1964년 기자협회 창립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기자 대부분은 잘 모른다. 하지만 왜 기자를 해야 하는지, 기자의 역할은 어때야 하는지 등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11년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으로 창립 40주년 행사를 주관했던 필자는 기자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당시 축하인사들을 살펴봤다. 남찬순 관훈클럽 당시 총무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한국기자협회 창립 40주년을 축하합니다. 한국 언론은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그 본분을 다해 왔습니다. 한국기자협회 40년사는 그 같은 한국 언론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언론이 가고 있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도 그럴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의 길에 영원한 등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은 척박하고 메마른 환경 속에서 굳건히 본분을 다해야 한다. 일종의 숙명이다. 그래서 “기자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 아닌가 싶다. 전문성(profession)과 함께 소명의식(calling)이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아마 나경원 의원이 건배사에서 신문(을 포함한 언론)이 가장 무섭다고 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기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무거운 때 떠오른 글귀가 있다. 2002년 8월 창립 38돌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당시 백담사 회주 조오현 큰스님이 보내온 글이다.
“이 늙은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기 없는 소에서 물을 퍼내는 수고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흙덩이를 쫓는 개가 되지말고, 흙덩이를 던지는 놈을 물어뜯는 사자가 되십시오.
나이 38세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나이 38세 되도록 내가, 기협(記協)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커 보시길, 내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성추행이라는 것이 중생심이니, 앞산은 첩첩하고 뒷산은 중중할 뿐입니다.
2002년 8월 15일
설악산 늙은 산지기 무산 오현
첨언. 박재삼이라는 시인이 이렇게 읇조린바 잇습니다.
몸으로, 사내 대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기사를 쓸 때도 참기름 들기름이 지지지끓듯온몸으로…,다만온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