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이종걸 원내대표, 국정교과서 문제 대토론회로 풀어가시길”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존경하는 이종걸 원내대표!

어제 늦은 밤 광화문에서 우리가 헤어진 후 또 국회로 돌아가는 모습 보면서 ‘요즘 이 대표 생활이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오.

원내대표 취임 4개월 반이 지나는 동안 하루도 쉴 틈없이 동분서주하며 야당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그대에게 응원을 보내오.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사령탑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처신과 운신이 어려운 자리가 아닌가 생각든다오. 그만큼 외롭고 고뇌에 찬 결정을 시시각각 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겠지요?

물론 그렇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종걸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오. 우리가 최루탄 자욱한 캠퍼스에서 만난 지 만 32년, 그 사이 이 의원은 변호사를 거쳐 국회의원을 하면서 한길 열심히 살아온 걸 친구로서 존경과 함께 신뢰를 보내오. 때론 ‘이종걸답지 않게 너무 튀는 것 아냐?’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원내사령탑을 맡은 이후 복잡다기한 집단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감 있게 정리해 가는 걸 보고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오.

최근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더군. “대기업 조직노동자가 아닌 중소기업 비조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를 좀 더 실질화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노조가 없는 이들이 의지할 것은 이들 3개 위원회뿐입니다.”

역시 30년 고우(故友)의 진심과 휴머니즘을 다시 확인해 얼마나 반갑던지. 기자를 하는 나나 국회의원을 하는 이 대표나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들의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 말이오. ‘公道의 利’ 즉 나와 남이 함께 이로운 일에 나서는 것이 이 시대 지식인의 숙명이 아닌가 생각하오.

존경하는 이종걸 원내대표!

국정감사가 끝난 정기국회에서 밀린 법안 처리 등 할 일이 태산 같은데,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다시 여야가 대립하고, 당 안에서도 방법을 놓고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들었소.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이 글 마무리 대목에서 내 의견을 제시하려 하오.

무엇보다 최근 여야가 합의한 경제민주화·민생안정 등 국회 특위에서 논의해야 할 법안에 대해 앞서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답변은 다음과 같더군. “노동 3법도 포함되고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재벌개혁 법들도 다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관계 문제, 하도급 거래, 동반성장에 관한 문제, 상생에 관한 문제 등 법으로 다룰 것이 많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어 중소기업 활성화에 관한 법들, 중소기업 산학협력 내용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거래질서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내용이 있다.” 현재 기업현장에 대해 잘 짚고 있는 듯하이.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민생과 경제활성화에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최선을 다하리라 믿소.

선거구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의견을 내셨더군. “그동안 소선거구제로 발생하는 엄격한 지방대립·동서대립 구조에서 2000만 유권자의 1000만표가 사표(死票)다. 이는 어찌 보면 정치인의 직무유기다. 유권자 절반을 사표로 만들면서 당선해보려고 하는 아주 품질 안 좋은 정치인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안 고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 자격이 없다.”

지난 여름 이같은 논리를 근거로 의원정수를 390명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가 철회한 것은 “잘못된 것은 고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는 이 대표의 평소 소신과 용기에서 나온 거라 믿는다오.

인터뷰를 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계파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이 대표 머리가 얼마나 복잡할까 느껴집디다. 하지만 상식과 원칙을 토대로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한다면 얽키고설킨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오.

앞서 언급한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내 의견은 이렇네. 이 대표 역시 사학도이자 법학도로서 깊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공감이 갈 수도 있으리라 보네.

지금 한국사 국정교과서 문제는 블랙홀이 돼 또다시 국론이 분열로 가고 있는 듯하오. 이 문제의 본질은 검인정이냐 국정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균형감각을 갖고 집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네. 일부 대학교수들은 집필거부 의사도 밝혔고 확산돼 갈 조짐이 보이네만, 과연 그것이 책임있는 자세인지는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보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직접 나서는 것 역시 적절한 태도인지는 의문이 드네. 이참에 사학계는 물론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철학 등 인문사회학계는 물론 자연과학자까지 분야별 전문가들이 망라해 대토론회를 거쳐 결정하는 것 말일세. 부끄러운 일도 당연히 포함된 게 우리 역사일 터, 하지만 그보다 더 부끄러운 건 지금처럼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이에 대한 집단 반대로 분열과 갈등 속에 결정된 국사교과서가 아닐까 하네.

존경하는 이종걸 원내대표.

긴 글 마무리하려 하네. 일각에선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대표의 삭발단식을 강권한다는 얘기도 들리네. 잘못 들은 풍설이길 바라네. 그건 19세기 말 ‘단발령 시대’ 방식과 뭐가 다를까 싶네. 바야흐로 21세기도 벌써 15년이나 지나고 있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국민들 원망(願望)을 늘 헤아리길 바라네.

긴 글, 끝까지 읽어줘 감사드리네.

故友 이 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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