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대장 군인사 5가지 관전 포인트···통수권자 박근혜와 군정권자 한민구 관계는?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14일 단행된 대장 군인사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들린다. △한민구 장관이 해외출장 중 발표된 점 △육군 3사관학교 출신의 합참의장 내정 △선배를 제치고 후배를 공군 참모총장에 임명한 점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지만씨 육사 동기생들의 거취 △호남 출신이 없는 점 등이 그것이다. 기자는 1993년 1월25일 김영삼 정부 출범 직전부터 1994년 6월30일까지 만 17개월간 국방부를 출입하며 군 관련취재를 한 바 있다. 당시는 하나회 숙정, 군인사 및 율곡사업비리 수사 등 창군 이래 군부가 가장 요동치던 시기였다.
기자는 당시 취재를 바탕으로 1997년 9월부터 10개월간 <일요신문>에 ‘김영삼 군개혁 1800일 비화’를 연재하고, 지금은 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으로 일하는 당시 <한겨레신문> 김성걸 기자와 1998년 <신한국군 리포트>를 공저한 바 있다.
기자가 군 출입기자로서 주로 관심을 가진 분야는 인사쪽이었다. 군부독재 시절 “닭의 목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민주화운동을 주도해 온 김영삼은 대통령 당선 뒤 “인사가 만사”를 늘 주창했다. 기자가 군인사에 관심을 가졌던 또 한 가지 이유는 당시 함께 출입했던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현재도 군사전문기자로 국방부 출입) 때문이었다. 유용원 기자는 대학시절부터 <디펜스>지를 열독하는 등 무기체계는 물론 군작전 및 정책에 거의 도통한 수준이었다. 이에 나로서는 ‘족탈불급’, 군인사쪽을 집중 취재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결심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던 김영삼 대통령의 선언은 이후 취재과정에서 구호뿐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 ‘소통령’이라고 불리며 국정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YS 차남 김현철씨에게 군인들은 줄대기 시작했고 그들은 승승장구했다. 또 김영삼 대통령이 졸업한 경남고와 현철씨 모교인 경복고 출신 및 그들 주변인사들이 승진과 보직에서 특혜를 누렸다.
당연히 기자에겐 좋은 기삿거리였다. 당시 기자는 소속해 있던 <한겨레신문>은 물론 <신동아> <월간중앙> <뉴스피플>(서울신문사 당시 발행 주간지) <뉴스메이커>(경향신문사 주간지) 등에 인사 관련 기사를 거의 매번 썼다. 앞서 밝힌 <신한국군 리포트> 저서와 <일요신문>에 10개월간 연재하며 인사문제를 다뤘지만, 기사는 기사로 그칠 뿐이었다. 지연, 학연 그리고 근무인연에 따른 인사관행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왔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필자가 국방부 출입기자를 벗어난지 만 21년이 지난 오늘, 이번 대장인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같은 안타까움 탓이었다.
서두에 쓴 14일 대장 군인사에 대한 기자의 의견은 이렇다. 물론 이번 군인사에 대한 취재와 필자의 지난 20여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한민구 장관이 해외출장 중 발표된 점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등의 입김이 작용해 장관이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군통수권자는 대통령이며, 군의 인사를 포함한 군정권(軍政權)은 국방부 장관에게 속한다. 한민구 장관은 지난 주 호주와 필리핀 순방 직전 대통령에게 대장인사안을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군출신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군인사에 관한 한 국방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이번 정부 초기 일부 청와대 고위간부가 군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보고돼 박대통령의 눈총을 받고 밀려났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대장인사의 경우 육군참모차장, 참모총장 그리고 합참의장 등 직책을 맡으면서 오랜 동안 후배 장성들에 대해 관찰할 기회가 많았던 한민구 장관으로서는 사람에 대한 판단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았을 터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의 합참의장 내정은 적절하고 적합한 선택이라고 본다. 1968년 개교 이래 3사관학교는 수많은 야전 중견간부들을 배출했다. 교육기간이 2년으로 육사의 절반에 불과해 초급장교때는 다소 불리하게 레이스에 진입하지만, 중령 정도까지 올라간 3사 출신들은 육사 출신들과 견주어 손색없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이번 3사 출신 이순진 대장의 합참의장 발탁은 군내의 일부 왜곡된 엘리트의식을 깨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선배기수(공사 29기)들을 제치고 정경두 중장(공사 30기, 합참본부장)이 공군참모총장에 임명된 점은 최근 잇따라 터진 공군 방산비리를 계기로 이참에 군무기체계와 관련된 문제를 혁신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또 공군과 해군, 해병대 등 숫자가 적은 군에서는 한정된 인재 풀 속의 대상자끼리 경쟁하다 보니 인사철마다 투서가 난무하고 외부에 줄대기 악행이 근절되지 않아왔다. 이런 관행이 이번 공군총장 인사를 계기로 단절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지만씨 육사 동기(37기)생들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인 장관은 그다지 고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지만씨는 예편한지 30년 가까이 됐으며 한때는 야인과 다름없는 생활도 해야 했다. 그 시절 동기생 대부분은 지만씨를 멀리했다. 지만씨 지인 또는 측근으로 부상한 동기생들은 태반이 박근혜 의원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그에게 몰려든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과 목표는 군 본연의 국방임무가 아니라 자신의 영달이었음은 명약관화하다. 이같은 정황도 파악하지 못한다면 대북관계나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국의 군사정보를 살필 능력도 자격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호남 출신이 없는 점 등에 대해 일부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안배도 때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임명직의 경우 마땅한 대상자가 없는데도 배려차원에서 인사를 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절대 이룰 수 없다. 다만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평소 지역과 출신을 떠나 인재양성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호남출신이 대장 인사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혹시 지난 10년 영남출신 대통령 시절, 호남출신들이 장군인사에서 소외돼 마땅한 대상자가 없었던 건지 면밀히 살펴야겠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인사가 만사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대장 군인사가 비정상의 정상화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65만 대한민국 장병들의 사기는 바로 제대로 된 지휘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