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박근혜-김관진-한민구 대북 위기관리···획기적 남북관계 개선으로 결실 맺어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22일 오후 4시 북한에서 전통문이 왔을 때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들고 갈 수 있는 결정적 한마디는 “대한민국 김관진 안보실장”이다. 남북관계에서 이 이상 확실한 시그널은 없다. 북한 최고의 대남 전문가 김양건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언사를 고른 것이다. 안보실장이 대통령에 건의하는 판단의 근거는 결정적이어야 한다. 보통 때는 “oo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막연한 말도 가능하다. 이런 것은 실무국장이 장관에게 보고할 때나, 책임을 지고 있지 않는 학자, 전문가들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에 들고 갈 수 있는 건의의 방법은 아니다.

북한이 결정적 시점에 대화국면으로 돌아선 것에 중국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이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딱 맞는 이야기는 이야기다. 중국이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다는 것은 통상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결정적 순간에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중국 당국과 중국 전문가들의 기대일 뿐이다. 김정은은 북중관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성택을 무참히 총살시켰고 중국이 내켜하지 않는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영향력은 이번 같은 위기관리에 즉각 적용될 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결정적인 것은, 국지도발 한미공동 대비계획을 적용한다는 발표와 더불어 공군기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한미연합 공군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은 엄청나게 크다. 북한의 공군기는 숫자가 많고 MIG-19나 MIG-23은 공산권에서 명품이며, 아직도 우수한 비행기다. 그러나 조종사의 훈련은 연간 2시간에 불과하다. 기름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은 100시간이 넘는다. 한미공군은 북한이 가미가제식으로 공격해올 가능성에 항상 대비해야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대결에 있어서 북한 공군기는 미공군의 F-16이나 한국 공군의 F-15K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48시간 내에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는 ‘최후통첩’은 북한 스스로를 얽어매었다. 한국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모양새는 보이지 않고, 야산에 조심스럽게 쏜 포탄 한 발에 대해서도 한국군 포병은 즉각 포탄세례를 퍼부어 반격해왔다. 기대했던 남남갈등은 별 움직임이 없으니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고 하는 북한의 위협이 빈 말이 돼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의 출구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이것이 이번 소동의 본말(本末)이다.

북한의 ‘지뢰 도발’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북한군은 “심심한데 남쪽 애들 손 좀 봐줄까요?” 해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그래 손 좀 봐줘라” 고 하면 일을 벌이는 것이 상례였다. 한국군은 으레 “다시 도발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로만 보복하는 것이 통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대북 ‘심리전 재개-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치명적인 반격을 가했다. 방송내용은 굳이 김정은을 건드릴 것도 아니었으나, 휴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장사병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북한으로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는 꼴이었다. 북한으로선 어떻게든지 이를 막아야 했다. 우리 요구에 따라 북한 권력서열 2인자 황병서와 대남전략의 총책 김양건이 나왔다는 것은 전에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협상은 “만난다는 자체에 의의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길고 지루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김관진 안보실장이 남북관계를 단호하면서도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을 기대한다.

지금의 위기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전략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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