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남북문제 과속 말라” 고삐 죈 것 다행···대북 정책·전략수립 중심은 통일부 아닌 NSC서 맡아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포병전력이 추진 배치되었다는 북한 발표를 그대로 믿을 것은 없다. 북한 발표는 한미 정보전력이 하나하나 확인해 보아야 한다. 포병전력이 전방에 배치되려면 막대한 기름이 든다. 동굴진지에서 나와 사격하고 들어가는 것은 기름이 들지 않는다. 때문에 북한이 남쪽을 위협할 때 널리 쓰는 방법이다. 그러나 잠수함이 기지에서 이탈했다는 것은 다르다. 이탈했다고 하여도 멀리 순항하지 않고 깊숙이 숨어버리기만 하여도 종적을 놓치게 된다.
때문에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하는 징후만 보여도 해군은 초긴장한다. 우리에게는 천안함 폭침이 생생하다. 그러나 재래식 잠수함은 수중에 오래 있을 수 없고 충전을 위해 반드시 스노클을 밖으로 내밀어야 하는데 이때 해상초계기에 노출된다. 연료전지(AIP) 시스템을 쓰는 한국의 214급 잠수함이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세계 최고인 것은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기동간 소음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능 차이로 우리는 북한 잠수함을 잡아낸다. 물론 수중에서 거의 무한정 잠수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의 차이는 기관총과 단발 소총의 차이이기 때문에, 조만간 원자력잠수함 보유는 필수적 전략과제다.
청와대가 “남북문제 과속 말라”고 고삐를 죄었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 정부 출범할 때 존폐문제까지 거론되었던 통일부가 때를 만났다. 통일부가 대북 정책·전략 수립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NSC가 중심이 되고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통일부는 집행부서다. 소련, 중국과 수교하고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등 북방정책을 주도하던 노태우 정부에서의 김종휘 안보수석이 안보실장의 롤 모델이다.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이번 확성기 방송과 같이 철저히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들 카드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김대중, 노무현과 같은 ‘대북 퍼주기’ 논란이 되풀이 된다.
모두들 남북정상회담을 운위하나, 한참 먼 이야기다. 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절실하게 활용하여야 한다. 북한에 지금 ‘바로 핵을 폐기하라’는 것은 무조건 항복을 하라는 것과 같다. 때문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과 순서가 필요하다.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도 참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이 과정을 촉진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은 천만다행이다. 7.4공동성명과 아웅산 테러, 그밖에 북한의 온갖 기만과 사술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지켜보았던 박 대통령이 여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타결을 두고 중국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필시 이번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외교당국에서 흘리거나, 중국에 선을 대고 있는 전문가들의 언론플레이일 가능성도 있다. 위에서는 정확히 분별해야 한다. 남북협상이 활발했던 시절로 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많은 실무자들이 교체되었고 전문성이 부족할 수가 있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충분히 자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한국 전문가 존 메릴은 ‘한국은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에 빠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에 주력하여 미국에 행동적인 동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곡을 찔렀다. “남북협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