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데면데면에 당황 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 세계가 주목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8.15축하 기념 음악회 마지막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연아가 나왔는데 데면데면한 것이 화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니 ‘head of state’이라면 김연아는 피켜스케이팅 여제(女帝)로 ‘top of the world’다. 청와대에 줄곧 살아왔던 박근혜 대통령이나 올림픽 금메달의 놀라운 기록을 쌓은 김연아나 모두 조연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다.
세계인의 갈채에 익숙한 김연아가 뜻밖의 조연 역할에 어색한 것이 귀여웠지만, 박 대통령도 김연아를 포용하는 여유를 보이지 못한 것이 여러 가지를 생각해한다. 대면보고를 받지 않고, 회의가 아니라 독백에 그치는 국무회의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일하는 방법도 이러한 수줍음에서 비롯된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이 항일전 전승행사를 추진할 주체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13억 중국인에게 중화인민공화국은 ‘현재의 정부’(government of the day)이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천안문 앞에 서서 인민해방군 열병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오면 세계 정상들은 어떻게 볼까?
모두들 싱긋 웃겠지만, 평가와 계산은 냉엄할 것이다. 외교부에서 무어라 설명, 변명하든 외국, 특히 동맹국 미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 장면 하나다. 한중일 정상회담 준비? 임시정부 청사 개관? 모두 부수적이다.
장관이 대통령 의중을 간파하고 이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신중한 건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가고자하는 것 같은데…미련이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거기에 그대로 맞추는 장관은 ‘빵점’이다. 대통령이 위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대개 우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상하 간에 직언의 필요는 절실하다.
직언, 간언(諫言)은 상하에 각별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안 된다. 민주화의 마지막 고비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고 했다. 민병돈 장군이 이에 반대했다. 전두환은 이를 접었다. 이러한 직간은 전두환과 민병돈 같은 특수한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일세의 지사인 천관우는 전두환이 단임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을 믿고 몇 가지 명예직을 맡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오늘날 민주화는 모조리 YS, DJ의 공이 되고, 전두환의 단임 실천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제는 천관우의 고민도 혜량(惠諒)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백년 후의 역사가 오늘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5.16의 동반자인 박정희와 김종필도 결국 틀어졌다. 그 영민한 박정희도 유신 후에는 김종필의 건의를 싫어하고 말기에는 차지철 같은 ‘버러지’의 말을 더 들었다. 중국 역사상 제1의 영주로 꼽히는 당태종도 고구려 정벌에 실패하자 “위징(魏徵)이 살아 있었더라면” 하고 탄식했다. 훌륭한 신하는 영주(英主)에게서만 나온다. 범용(凡庸)한 군주에 충신이 나올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어떤 의의를 가져올지 두고 보자.
김대중 대통령도 6.15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일성 시신 참배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중 정상회담과 열병식 참가를 분리시킬 수 있다. 외교당국이 어떤 지혜를 발휘하는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