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 막말에 분노 치밀어···”한국,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 하고 있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 대통령 선거 전초전을 보면서 ‘민주정치는 最善이 아니라 次惡’이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다. 이 중에는 한국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였다가 대통령이 된 후 이를 취소한 카터도 있지만, 후보들이 맘대로 말하는 데 너무 신경 쓸 것은 없다. 우리도 강남 거주, 서울대 출신을 적대시하던 어떤 정부의 선동도 있었고, 비례대표나 전략공천으로 국회에 거의 무혈입성한 사람들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수고하는 홍역도 겪었다.
문제는 미국 대중이다. 정치는 이미지다. 천안문광장에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선 박 대통령 사진을 접하는 미국의 보통사람들의 심사는 어떠할까? 이를 달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여론 주도층을 통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차분하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세력이다. 일본과 오키나와, 괌 등 태평양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없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아시아 대륙에서의 교두보다. 21세기 중국과 대치가 불가피한 미국으로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한다는 것은 사활적 국가이익이다. 평택의 2함대, 해미의 20전투비행단은 미 해공군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결코 안보 무임승차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가한다는 결정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여기에 대통령의 마음이 끌리는 것을 눈치 챈 외교부에서 중국에 언질을 주었고, 중국은 이를 믿고 공을 들여왔다. 이제 둘 다 물러서기 어려운 지경에 왔다. 이번 남북대치에 중국이 어느 역할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였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푸틴과 함께 천안문 광장에 서서 열병식을 참관하는 모습을 보여 미국에 미안하다는 마음을 가져 보아야 소용없다. 어차피 인간의 뒤틀어진 감정은 쉽사리 되돌릴 수는 없다. 이보다는 적극적으로 21세기의 한국 외교가 20세기와 동일 스탠스에 설 수 없다는 것을 미국민이 이해하는 계기로 삼는, 즉,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본질은 변함없다. 1953년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두 선각자들이 바라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의는 오늘날에 와서 더욱 증진되었다. 한미동맹은 지금껏 북한을 상대하던 동맹에서 21세기 세계전략동맹으로 나아간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일본 일부 언론의 비방에 신경 쓸 것 없다.
한국과 중국은 이제 통일을 위한 협조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통일은 주변국의 승인을 얻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주변국이 심통을 부리면 어려워지는 것도 분명하다. 특히 한국과 육속되어 있는 중국이 방해가 될 때의 곤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바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통일한국이 서로에 다 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부와 정부 사이는 물론, 국민과 국민 사이에 이해와 동정을 깊게 하는 장정에 들어섰다. 중국이 저렇게 공을 들이는 항일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은 이러한 차원에서의 일종의 서비스다.
한국의 외교 이니셔티브를 미국 정부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