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러·중 방문 둘러싼 김정은의 ‘삼각함수’···”푸틴은 만나고 베이징은 바빠서”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월 초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청년보>가 1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전망했다. 이 기사는 신화망(新華網), 환구망(環球網) 등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들도 대거 보도했다.
크렘린궁의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9월 초 하바롭스크에서 열리는 소련군 출병 및 중국·북한의 항일전쟁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하바롭스크에 머무는 기간에 북한의 원수(정상)도 초청받아 제88여단(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참전했던 부대) 기념비 제막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 기간에 북한 지도자(김정은)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 제1위원장은 5월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는 등 북러관계 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부친(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대(對)러시아 관계를 중시한다”며 “이는 평양이 베이징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동반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고위 관리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은은 바쁜 일정 때문에 오는 9월 중국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dpa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차대전 승리 기념행사 초청에 김 제1위원장이 응할지에 대한 dpa기자의 질문에 “존경하는 원수님은 매우 바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이 8월 광복절과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 행사를 앞두고 준비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 관리는 또 북중관계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노동당 관계자가 북중관계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dpa는 해당 관계자의 이름과 접촉 시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제2차대전) 기념식에 김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고 지난 4월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제1위원장이 중국측 초청을 수용하면 집권 후 첫 외국 방문이 이뤄지게 되지만 방중 성사여부를 둘러싸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김 제1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논의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중국을 방문하지 않을 핑계를 억지로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이잉주 베이징대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중국에 오면 핵 이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 출신인 쉬광위는 최근 홍콩 봉황TV 좌담회에서 “이번 기념식의 정치적 의미는 무거우며 북한도 이를 간과할 수 없다. 그가 중국에 오지 않을 경우 치를 정치적 대가가 너무 크다”면서 김 제1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90%라고 내다봤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5월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승전행사에도 초청받아 참석을 기정사실화했으나 행사 열흘 가량 전인 4월 말 러시아 측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